"연인 간 스킨십인데 성추행" 억울한 이해인, 어떻게 봐야 할까[체크리스트]
과거 '자격정지 3년' 사례 비교해 보니…형평성 논란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최근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해인의 자격정지 3년 징계 처분에 대한 재심의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후배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연인 간 스킨십이므로 징계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입니다.
이번 징계로 이 씨는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공식 수사 등을 통해 강제 추행이 인정됐다면 모를까, 이 씨와 후배인 A 선수 모두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에도 징계 수위가 유지된 건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자격정지 3년 선례를 보면 아동학대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에 연루되는 등 이 씨의 사건과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입니다.
◇1심에선 '연인' 사실 몰랐다지만…재심서도 여전히 '강제 추행' 인정?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당시 이 씨가 숙소에서 음주하고 후배 선수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는 의혹이었는데요.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에 들어간 대한빙상연맹은 해당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성추행이라고 결론짓고 이 씨에게 자격 정지 3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씨 측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재심의를 요구했습니다. 징계 대상자는 1심에 이의가 있을 시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씨의 행위가 강제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공정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 1심 판단이 유지됐습니다.
이는 1,2심 모두 이 씨의 행위를 강제 추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지난 5월 당시 후배 선수 A 씨의 나이는 만 15세로, 강제 추행이 사실이고 형사 입건됐다면 형법이 아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2년 이상의 유기 징역 또는 1000만~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는 등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죄입니다.
문제는 이 씨 측도, A 선수 측도 해당 행위가 강제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씨 측은 해당 행위가 연인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상대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 씨 측 법률 대리인인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서온)는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여부가 추행 성립의 핵심 요건"이라며 "직접적 성관계가 아닌 연인 간 스킨십만 가지고 강제 추행죄가 성립된 사례가 없을뿐더러 상대도 원한 행위였다는 게 (이 씨 측)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A 선수 측도 이 씨 측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A 선수 측은 재심 기각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사 과정에서 이 씨 측 처벌을 원한다고 발언한 적도,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자격정지 3년' 살펴보니…아동학대로 검찰 송치·예선 보조금 빼돌려
일각에서 이번 징계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격정지는 제명 다음으로 처벌 수위가 높은 중징계에 해당하는데요. 해당 행위가 미성년자 때부터 이어져 온 연인 사이에서 일어났고 A 선수도 이 씨의 선처를 원하는 상황에서 저 정도 수준의 징계가 과연 적절하냐는 겁니다.
전례를 살펴봐도 의문은 남습니다. 아동학대 등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형사 입건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김포 FC 유소년팀의 전 코치였던 B 씨에 대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B 씨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자격정지 3년 처분을 확정했는데요.
B 씨는 2020년부터 지난 2022년 4월까지 김포 FC 유소년팀 소속 10대 선수 C군을 폭언이나 체벌로 학대해 C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오다 지난 3일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6월 다이빙 국가대표 출신인 조우영 전 다이빙 국가대표팀 감독이 받은 자격정지 3년 징계가 확정된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조 전 감독은 20대 여성 선수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서도 시 체육회에 보고하지 않고 전지훈련에 참가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를 위한 인천 대표 예선을 진행하면서 무자격 선수에게 심판을 맡기거나 2022년 소년체전 예선을 열지 않았으면서 개최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 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씨 측은 이번 주 말미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구제 조치를 모색할 예정입니다. 스포츠 공정위 규정 제32조에 따르면 확정된 징계에 관하여 법원의 무효 또는 취소 판결이 있을 시 판결이 확정되면 징계가 실효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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