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쓰레기도 재활용 되네"…지구를 지킨 '기술 품앗이'[같이의 가치]

이승주 기자 2024. 9.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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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어려운 생활계 폐플라스틱
대·중소기업 협력해 제품 개발·보급
갈등관계서 어느새 '동반자 관계'로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페트병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jtk@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수요 및 폐기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132.7㎏에 달할 정도로 플라스틱 다소비 국가다.

낮은 재활용률은 문제를 더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활계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57%로 전체 재활용률(73%)에 비해 저조하다. 생활계 폐플라스틱은 여러 재질이 혼합돼 있고 수작업으로 선별해야 하는 등 재활용 여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런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순환경제를 만들고자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손을 맞잡았다.

대기업의 '연구'와 중소기업의 '공정'이 만났다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플라스틱협동조합)은 대·중소 협력기업과 함께 지난 2023년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의 업종별 경쟁력 강화사업에 참여했다.

앞서 문제로 제시한 생활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용화제를 첨가해 플라스틱의 가공 용이성과 균일한 물성을 가진 재생원료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폐기물 재활용 업체 6000여개사 중 약 80%는 종업원 수 20인 이하로,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라 독자적인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사업 내 협력 대기업 SK지오센트릭은 고품질 재생원료 개발을 위한 상용화제 최적 배합 조건을 제시하고 재생원료의 랩 스케일(Lab scale) 분석을 지원했다.

대기업이 제안한 상용화제 조건을 기반으로 중소기업 만텍, 케이리사이클링 등은 생활계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고품질 재생원료를 개발 및 제품화했다. 고품질 재생원료는 기존의 것보다 더 높은 인장강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품질 재생원료를 바탕으로 또 다른 중소기업들은 일상에서 쓰이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을 개발했다.

삼동산업은 '농업용 멀칭필름'을 제작했다. 멀칭필름은 농작물을 재배할 때 흙 표면을 덮어 잡초 등을 억제하고 땅 온도를 조절하는 농업자재다. 전체 원료의 30%는 폐플라스틱으로 구성됐다.

동성이 개발한 '의류용 재활용 포장재'는 생활계 폐플라스틱 50%와 상용화제, 신재 LLDPE로 구성됐다. 플라스틱조합측은 향후 GS리테일·이마트 등 민간 대형 유통대기업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동성에서 시제품을 개발하는 모습(좌) 인테크에서 폐플라스틱을 배합하는 모습(우) (사진=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강에서 만나볼 수 있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봉투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 인테크와 동성이 개발한 '공공용 종량제봉투' 및 '재활용품 회수 순환형 봉투'는 지자체 시범보급 추진 품목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제품은 재활용품 수거용 및 일반쓰레기용 봉투는 생활계 플라스틱 약 10톤과 상용화제를 배합해 개발했다. 전체 원료의 30%는 폐플라스틱으로 구성됐다.

플라스틱협동조합은 서울시, 광주시와 자원순환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 12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종량제 봉투를 100ℓ 기준 37만5000장 공급했다. 재활용한 폐플라스틱 및 신재 등 원료는 약 44톤이 쓰였다.

서울시에는 25만9000장의 자원순환용 봉투가 한강공원 11개소(여의도, 잠실 등)와 서울시 직영 공원 24개소(남산, 서울숲 등)에 시범 보급됐다. 광주시에는 11만6000장이 공급됐다.

플라스틱협동조합은 공공 재활용 봉투로 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해 지난 6월 서울특별시 환경상 자원순환 분야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 한강공원에 보급된 자원순환형 공공용 쓰레기 봉투(우) 광주시에 보급하고 재활용품 수거 봉투(좌) (사진=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갈등 겪다가 상생까지…동반자 관계 '현재 진행형'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은 지난해 11월 완료됐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이 협업해 만드는 순환경제 사이클은 현재 진행형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을 모으고 분쇄하고 자르는 등은 중소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대기업은 수거부터 중간단계와 최종 유통까지에 대해 핸들을 잡고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생협약 이후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맡은) 물리적 재활용이 잘돼야 뒤이어 대기업의 화학적 재활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은 대·중소기업간 심각한 갈등 품목 중 하나였다.

플라스틱 선별업 및 원료재생업은 중소기업이 40여년간 영위해 온 전형적 노동집약형 산업인데,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에 진입해 갈등이 발생했던 것이다.

동반위는 플라스틱 재활용업의 중기 적합업종 신청이 들어왔지만, 대·중소기업 간 역할을 분담해 적합업종 권고가 아닌 상생협약 체결로 최종 조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11월 중소기업은 물리적 재활용 시장에, 대기업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간 심각한 갈등 품목을 적합업종 말고 상생협약으로 유도했고, 상생협약 체결 이후 협력 과제 형태로 발전시켜 정부 2억7000만원 보조금까지 지원받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반위는 업종별 경쟁력 강화사업(현 상생컨소시엄 기획사업)까지 연계시켜 과제발굴부터 점검 등 과제관리, 실적점검을 통해 우수사례 발굴했다.

이어 "상생협약 기간동안 앞으로 또 대기업과 중소상공인, 유관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과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jud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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