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온라인 거래 농가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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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들의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됐다.
"대금 정산 주기만 문제인 줄 알죠? 과거 대형마트 갑질은 갑질도 아니에요. 이제 소비자가 대형마트보다 온라인 유통업체를 더 많이 찾는 시대잖아요. 계약을 맺고 꾸준히 거래해오던 플랫폼인데도 하루아침에 물건을 안 받겠대요. 왜인지 알아보니 옆 동네에서 10원 더 싸게 납품하는 물건이 있었나봐요. 무조건 그보다 더 싸게 팔지 않으면 안 사겠다는 거예요. 농가도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가 있잖아요. 인건비·자재비·난방비 같은. 그런데 계약해놓고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면 어떡해요? 결국 농가는 '제 살 깎기'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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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들의 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됐다.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고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법안의 핵심은 티메프 같은 플랫폼이 상품 구매 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에 입점 업체들에 물품 대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농식품업계 관계자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생산 현장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금 정산 주기만 문제인 줄 알죠? 과거 대형마트 갑질은 갑질도 아니에요. 이제 소비자가 대형마트보다 온라인 유통업체를 더 많이 찾는 시대잖아요. 계약을 맺고 꾸준히 거래해오던 플랫폼인데도 하루아침에 물건을 안 받겠대요. 왜인지 알아보니 옆 동네에서 10원 더 싸게 납품하는 물건이 있었나봐요. 무조건 그보다 더 싸게 팔지 않으면 안 사겠다는 거예요. 농가도 재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가 있잖아요. 인건비·자재비·난방비 같은. 그런데 계약해놓고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면 어떡해요? 결국 농가는 ‘제 살 깎기’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하는 거예요.”
“어디는 납품 코드가 갑자기 막혔대요. 수확작업 다 해놓고 납품하려고 보니 코드가 사라진 거예요. 그런데 더 가관인 건 뭔지 아세요? 어디에 대놓고 이렇다고 말도 못해요. 소문나서 우리 물건 아예 안 산다고 할까봐요. 판로 끊기면 그야말로 죽음이잖아요. 그래서 티메프 사태로 피해 봤는데 말 못한 곳도 많아요. 피해 봤다고 말하면 우리 경영 사정 나빠진 거 다 알게 될 거고, 우리랑 거래 끊겠다고 하면 어째요. 그냥 입 꾹 닫고 혼자 속앓이하는 거예요. 요즘 온라인 유통업체랑 거래하는 생산자들 심정이 이렇습니다.”
농가와 플랫폼 간 직거래. 유통단계 축소 측면에서는 분명 유리하다. 그러나 교섭력이 취약한 농가로선 거래 안전망이 절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온라인이 53.5%로, 오프라인(46.5%)보다 7%포인트 많았다. 음식료품은 7월 기준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액의 14.2%(2조8363억원)를 차지하는 최대 상품군이다.
익명 처리를 간곡히 부탁하면서도 몇십분간 말을 쏟아내는 취재원에게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을 앞에 두고 하루아침에 팔 곳이 없어진 농민의 마음은 어떤 말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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