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짙은 안개 속 움트는 ‘희망의 빛’

왕태석 2024. 9. 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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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새벽녘 세상'은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오륙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일출을 기대했지만, '훼방꾼'인 짙은 안개는 희망찬 새벽을 가렸다.

그땐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는 것처럼, 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이 가야 할 길을 비춰줄 것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저 배처럼, 힘겨운 세상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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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그동안 정박했던 화물선 한 척이 가득한 안개 속에서 태양이 떠오르자, 연기를 내뿜으며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새벽녘 세상’은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옛 추억이 깃든 바닷가를 찾았지만 익숙한 풍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매립된 땅과 먼바다만 희미하게 보일 뿐. 오륙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일출을 기대했지만, ‘훼방꾼’인 짙은 안개는 희망찬 새벽을 가렸다. 마치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작은 배처럼,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자욱한 안개 속에 등대 불빛도 꺼진 부산 영도 한 항구에서 어선 한 척이 태양이 만들어낸 한 줄기 빛에 의지해 바다로 출항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황홀한 일출은커녕 눈앞에는 안개만 가득해 가슴이 갑갑해졌다. 잠시 후 어디선가 안개 사이로 살며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닷바람의 시원함도 금세 사라지고 더욱 짙은 안개가 몰려와 힘겹게 떠오른 태양빛마저 삼켜버렸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는 아득했고, 모든 사물은 존재감마저 지워져 흐릿했다.

안개가 잔뜩 낀 바다를 한 척의 배가 태양이 만들어낸 한 줄기 빛에 의지해 바다로 나가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안개가 잔뜩 낀 바다는 나침반을 잃어버린 삶과도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안개가 걷히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그땐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는 것처럼, 안개는 걷히고 한 줄기 빛이 가야 할 길을 비춰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이런저런 상상이 끝날 때쯤 바다 위에 조용히 닻을 내리고 있던 화물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 보였다. 짙은 안개 속에서 출항을 준비하는 저 배처럼, 힘겨운 세상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겠다. 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먼바다를 향해 ‘인생의 뱃고동’을 울릴 때다.

안개가 자욱한 바닷가 외로운 갈매기 한 마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에 떨고 있는 가운데 안개를 뚫고 떠오른 태양이 따듯하게 보듬어주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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