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멋으로라도 책을 읽어라

경기일보 2024. 9.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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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에 의거, 국민의 독서 생활을 지원하고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독서의 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도 전국 각지의 2천684개 기관, 단체, 기업이 주관하는 1만704건의 강연, 책 축제, 전시, 독서 마라톤, 낭독, 함께 독서, 체험 프로그램, 캠페인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민간 영역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독서문화 콘텐츠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한 달이 될 것이다.

해마다 바쁘게 독서의 달을 보내고 나면 ‘국민들이 다양한 독서문화 콘텐츠를 함께 향유했는데 이를 통해 독서 인구는 얼마나 늘어났을까, 과연 책 읽는 문화가 공고해졌을까, 이 답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같은 물음이 생긴다. 전국에서 실행된 독서문화 행사의 참여자 설문 등을 통해 대략 현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겠으나 전국 현장을 망라한 독서의 달 효과성을 직접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나마 문체부가 2년마다 실행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로 간접적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국민 독서율과 독서량은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연평균 9.2권이던 성인의 독서량은 2023년에는 3.9권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국가가 독서의 달을 지정하면서까지 해마다 독서문화 확산에 예산을 들이고 많은 이들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음에도 왜 독서문화 확산에는 가속도가 붙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독서의 달 의미가 없는 걸까.

독서 현장에서 어떤 독자를 만나든 ‘책을 왜 읽어야 할까. 왜 책을 안 읽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지식 세계 확장과 같은 학습적 목표, 마음의 휴식과 같은 정서적 이유, 재미와 같은 오락적 목표로 책을 읽는다는 답변과 너무 바빠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다른 재미있는 게 많아 안 읽는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15년 전 독서코칭 워크숍 진행차 갔던 중학교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고 어느 답변 내용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다른 멋진 취미가 많은데 굳이 ‘고루하고 없어 보이는’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게 아닌가. 심지어 독서를 제일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진지충’으로 보일까 두려워 책 읽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학생도 있었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의 눈에 ‘없어 보이는’ 독서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이야기하러 온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잠시 동공이 흔들렸으나 더 열심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시절 ‘없어 보여서 안 읽는다’는 독서 감수성 그대로를 유지하며 성인이 된 아이들이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성인 연간 독서량의 주체가 된 것일지도.

그렇다면 앞으로 독서의 사회적 가치, 효용성은 이대로 생명력을 잃게 되는 걸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 정보를 간편 소비하는 사람들 위에 유의미한 지식을 생성해내는 이들이 있었다. 정보의 홍수 시대,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해 지식화하는 다양한 채널이나 플랫폼이 등장하고 생성형 AI라는 최첨단 기술까지 더해져 점점 직접 애를 써가며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통찰력을 지닌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자기 주도적 사고 과정을 거친 통찰력은 언어사고력에 기반해 형성되며 어휘력이 그 바탕을 이룬다. 어휘력이 읽기를 통해 길러진다는 점은 책만이 주요 지식화 채널이었던 과거뿐만 아니라 다매체, 디지털 시대인 현재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루한 진지충으로 보이기 싫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독서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책을 사거나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책 읽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명 ‘텍스트힙(Text Hip)’ 현상이다. 보여주기 위한 독서가 무슨 독서냐며 삐딱하게만 볼 일이 아니다. 책의 기능 중 장식적 요소도 있는데 멋내기용 독서도 문제 될 건 없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접하고 조금이라도 꾸준히 읽다 보면 독서의 깊은 맛도 알게 될 것이다. 책 읽는 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는 이런 사회적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즐겁고 유익한 독서 경험을 함께 향유하고 지원하는, 전국 각지의 독서의 달이 올해도 성황리에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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