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선 “ONLY 트럼프” 대학촌은 “NEVER 트럼프”...위스콘신 르포
[4] 위스콘신州 리폰·매디슨
미국 중부에 있는 위스콘신주(州) 최대 도시 밀워키에서 차를 몰아 북쪽으로 달리자 어느새 끝이 보이지 않은 옥수수밭이 펼쳐졌다. 어른 키 두 배 정도 되는 옥수수밭을 지나 약 두 시간 만에 닿은 리폰은 인구가 약 7000명밖에 안 되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지난 5일 마을에 도착하자 곳곳에서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의 이름을 적은 팻말이 보였다. 한 집 건너마다 성조기와 함께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놓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이 백인인 이 마을만 보면, 위스콘신은 트럼프에게 넘어간 ‘MAGA 성지(聖地)’처럼 보였다.
리폰으로부터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위스콘신의 주도(州都) 매디슨에 갔더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명문 위스콘슨대 매디슨 캠퍼스가 있는 이 도시엔 신학기를 맞아 바쁘게 오가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인구 약 25만명인 매디슨엔 대학과 함께 첨단기술 기업이 포진해 있다. 주정부 및 대학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 미 중부 도시 중에선 보기 드물게 학력·소득이 높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5일 주정부 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케이트씨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상식 이하의 인물인 트럼프만은 안 된다. 그가 다시 집권하면 법치가 무너지고 정적을 마음대로 탄압해 미국의 통합이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위스콘신은 미 대선의 결과를 결정할 경합주 일곱곳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주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7일 기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49%, 트럼프가 47%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세 번의 대선 때 위스콘신을 이긴 후보가 최종 승리했다. 2016년엔 공화당 트럼프가 0.8%포인트 차로 승리했고 2020년엔 민주당 조 바이든이 0.6%포인트 차로 탈환에 성공했다.
위스콘신은 경합주 중에서도 주 내부의 분열이 가장 극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루럴(rural)’이라 부르는 저학력 백인 중심의 시골 대(對) 다양한 인종이 섞인 고학력자 위주의 도시로 갈라진 미국의 표심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마다 두 명씩 있는 상원의원이 민주·공화당 소속으로 갈린 몇 안 되는 주이기도 하다. 한 명은 레즈비언(민주당), 다른 한 명은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보수 전사(공화당)다.
이날 찾아간 시골 마을 리폰과 대도시 매디슨에선 미국의 쪼개진 표심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시골에서 만난 유권자 중엔 특히 도시의 ‘잘난 척하는’ 뻣뻣한 엘리트와 이들의 ‘정치적 올바름’ 기조에 동조하는 민주당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앤드루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소위 도시의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의 위선과 가식을 혐오한다”며 “트럼프만이 그것을 타파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트럼프는 7일 또 다른 시골 마을인 모시니를 찾아 야외 유세를 하고 “우리는 워싱턴 DC의 부패한 정치 계급을 몰아낼 것”이라며 ‘기득권 엘리트 정치’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대학 도시 매디슨의 분위기는 달랐다. 매디슨이 속한 데인 카운티는 지난 대선 때 반대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에게 75% ‘몰표’를 주었다. 매디슨에서 만난 조슈아씨는 “젊고 활기 있는 해리스에게 지난 10년 동안 없었던 미국 정치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는 위스콘신에서 이기기 위해 지지율이 낮은 시골 지역 농민과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집토끼’ 격인 엘리트 도시 유권자에 만족해서는 이기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2000년 이후 줄곧 민주당이 승리한 위스콘신을 ‘텃밭’이라 생각해 유세를 하지 않았다가 트럼프에 패배했다. 해리스 캠프는 주내 46개 지역 사무실의 절반을 농촌 지역에 배치했는데, 이는 경합주 일곱곳을 통틀어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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