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 서울에 오다

황지윤 기자 2024. 9. 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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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작가축제 위해 내한
‘2024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방한한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왼쪽)와 프레드릭 배크만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한국문학번역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대학로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아르헨티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64)와 세계적인 인기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쓴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43) 등이다.

피녜이로에게는 ‘보르헤스와 코르타사르 이후 가장 많은 작품을 전 세계에 번역·출간한 아르헨티나 작가’라는 수식이 붙는다. 2003년 데뷔해 소설 열 편을 펴냈다.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엘레나는 알고 있다’(비채)와 ‘신을 죽인 여자들’(푸른숲). 가톨릭이 국교인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종교적 신념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을 스릴러·범죄 장르에 녹여 고발한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2010년 독일 문학상인 리베라투르상을 받았다. ‘신을 죽인 여자들’은 2021년 국제범죄소설작가협회가 그해 최고의 범죄소설에 주는 대실해밋상을 거머쥐었다.

6일 서울 혜화동 JCC 아트센터에서 만난 피녜이로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작가는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사회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당시 독재 정권에서는 불가능했다”며 “경제학을 공부하고 회계사로 일하며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했다. 일에 회의를 느끼던 때 한 문학 공모전에 도전한다. 나중에 보니 에로틱 소설 공모전이었다. “최종 10명 안에 들어 작가로서 가능성을 확인했지요. 이때 쓴 소설은 숨겨뒀어요. 자식들한테도 내가 죽거든 이건 절대 출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이후 45세에 늦깎이로 데뷔했다.

사회파 범죄소설을 쓰는 피녜이로는 “문학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혁명적 힘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점진적 변화를 일으키는 거울”이라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정치권력과 섹슈얼리티 문제를 파헤치는 작품을 쓰는 중”이라고 했다. “오늘날 아르헨티나 정권은 컨센서스에 반(反)합니다. 군사 독재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을 후퇴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7일 만난 배크만 작가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일을 “복권 당첨”에 비유했다. 블로그에 쓴 글을 12년 전 ‘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로 펴냈다. 미 아마존 소설 분야 1위,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2016년 스웨덴에서 영화화됐고, 2022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오토라는 남자’ 할리우드판 리메이크도 만들어졌다. ‘오베…’ 이후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초짜 셰프가 시작부터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격이다. 정점을 찍었으니 내리막길만 있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작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원고를 본 당시 에이전트가 ‘너무 별로’라며 말렸어요. 하지만 출판사가 기대하는 대로 쓰면 성장이 멈추는 거죠.”

그는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자주 영감을 얻는다. ‘오베…’의 첫 장은 주인공 오베가 애플스토어에서 점원과 말싸움하는 장면이다. 그가 실제로 본 모습이었다. “길에서 드잡이하거나 싸우는 사람들의 논쟁을 경청하고, 훔쳐 와 소설에 쓰곤 합니다(웃음).” 외로움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도 농담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열 살 때 읽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제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이렇게 우스꽝스럽고(silly), 바보 같은(stupid) 책을 내도 괜찮구나. 농담하면서도 밥벌이할 수 있구나.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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