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2.5조원 애물단지’ 석탄공사를 어찌할까
공석 사장 선임도 8개월째 지연
석유보다 석탄을 중시한 ‘주탄종유(主炭從油)’ 시절인 1960~70년대 최고 직장으로 꼽혔던 최고(最古) 공기업 대한석탄공사가 내년 사업 종료를 앞두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50년 출범 후 9개 탄광을 운영하며 한때 고용 인원이 1만3000명에 이를 때도 있었지만, 이젠 공석(空席)인 사장 자리가 수개월째 채워지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대규모 부채 탓에 다른 공기업과 합병하면 더 큰 부실을 만들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석탄공사는 사장 공석 상태가 8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폐광 기념식을 가진 태백 장성광업소에 이어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까지 폐광한 뒤 석탄공사의 마지막을 책임질 사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경찰청장 출신으로 올 11월까지 임기였던 원경환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총선 출마를 위해 갑작스레 사표를 던졌다. 뒤늦게 지난 7월 초부터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지만, 유력 후보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 공고를 낸 발전 공기업들의 사장 선임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내년 6월이면 석탄공사의 기능은 석탄 100만t 비축 의무를 제외하면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2조5020억원에 이르는 탓에 폐업이 쉽지 않다. 한 전직 산업부 고위 관료는 “공기업이 이 많은 빚을 갚지 않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별다른 역할도 없는 공기업을 세금을 써가며 유지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이제는 광해광업공단과 합병하는 것 외엔 답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폐업도, 존속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비축 기능을 유지하며, 당장은 빚을 갚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광산 피해 관리를 위해 만든 광해관리공단과 해외 투자 실패로 빚이 쌓인 광물자원공사가 합병해 2021년 출범한 광해광업공단도 부채가 8조원이 넘는다. 광업공단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석탄공사와의 합병은 더 큰 ‘부실 폭탄’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합병 첫해인 2021년 248억원 흑자를 냈던 광업공단은 지난해 적자가 3120억원을 기록했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광업공단이 뾰족하게 수익을 낼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석탄공사까지 합쳐지면 부실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