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닛산 발 빼는데… 벤츠 中 전기차에 2.6조원 투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 전기차 분야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중국에 투자한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의 인기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벤츠는 왜 대규모 중국 투자에 나선 것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벤츠가 이번에 밝힌 투자의 대부분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14억달러는 승용차, 나머지는 상용차 부문에 투입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중국 내수를 겨냥해 다양한 전기차가 생산될 예정이다. 보급형 전기차 CLA 등이 벤츠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합작사에서 생산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전기차 및 기술 혁신으로 전환하는 주요 원동력”이라고 했다.
◇벤츠 “中 전기차 스타트업과 경쟁”
최근 중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과 경쟁하기 위해 벤츠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벤츠도 현지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기존의 고급차를 넘어 보급형 전기차를 적극 출시하겠단 것이다.
중국과 협력 관계가 깊다는 벤츠의 특수성도 있다. 벤츠는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약 204만대를 판매했는데, 중국 비율이 36.1%에 이른다. 지역별 판매에서 중국 판매가 유럽(32%)보다 많은 1위다. 다만 벤츠가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작년 250억유로(약 37조원)로, 2022년 대비 7.5% 줄었다. 가격 할인의 영향이다. 매출 비율만 보면 중국(16%) 시장은 유럽(40%)과 북미(26%) 다음이다.
벤츠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중국에 14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현재 벤츠의 1·2대 주주 모두 중국이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벤츠의 최대 주주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이고, 2대 주주는 지리자동차 리슈푸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TPIL이다.
벤츠의 안방인 유럽 시장이 코로나 이후 주춤한 것도 원인이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은 2019년(약 1580만대) 이후 4년 연속 1300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中 시장 철수 눈치 보는 업체들
최근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실적이 부진한 중국 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CPCA(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중국 내 해외 브랜드의 판매 비율은 33%였다. 2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미국 빅3인 GM의 메리 배라 CEO는 최근 “중국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중국에서 구조 조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GM은 2017년 중국에서 연간 4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으나 작년엔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 업체들은 비교적 빠르게 발을 떼고 있다. 중국 매출 비율이 크지 않고, 동남아 등 해외시장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찮아 힘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다. 닛산은 지난 6월 창저우 승용차 공장을 폐쇄했다. 닛산의 첫 중국 공장 폐쇄였다.
반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도 중국에서 쉽게 발을 쉽게 빼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럽 시장이 워낙 안 좋은 데다 중국 매출 비율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자동차 및 부품 공장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폴크스바겐도 전체 매출의 약 30%가 중국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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