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61] 山羊 관상
동물의 왕국은 심오한 프로이다.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간 행태를 동물의 단순함으로 환원시켜 이해할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에 노동부 장관이 된 김문수는 산양(山羊) 관상으로 보고 싶다. 목장에서 기르는 털 깎는 양이 평지의 목초지에서 산다면 산양은 산에서 산다. 산양의 특징은 험난한 바위 절벽에서 서식한다는 점이다. 순탄한 지점이 아니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서 이리저리 점프하면서 풀을 뜯기도 한다. 볼 때마다 아찔하다.
산양 김문수는 젊었을 때 바위 절벽에서 살았다. 평평한 목초지에서 편안하게 풀을 뜯어보지 못했다. 청계천에서 노동운동하고, 공장 다니고, 고문도 당했다. 구리선을 양쪽 엄지손가락에 연결당한 채로 전기 고문도 당해봤다. 전압이 올라가면 그 쇼크로 몸이 펄쩍펄쩍 튀어 오른다. 밧줄로 묶여 있는 부분의 근육에서 피가 흐르고 정신을 잃는다. 감옥소 생활도 해봐서 서울구치소를 비롯해, 안양교도소, 목포와 광주 교도소를 섭렵했다. 산양은 바위 접지력이 강하다. 발바닥에 특수한 고무 같은 게 붙어 있어서 바위에서 미끌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한국 산의 특징은 등산길 중간중간에 바위가 많아서 바닥이 미끌어지지 않는 접지력 좋은 등산화가 인기다. 김문수가 바위에서 살 수 있었던 접지력은 무엇인가? 필자가 몇 년 전 인터뷰한 바에 의하면 각종 자격증이었다. 보일러취급기능사를 시작으로 원동기취급기능사 1급, 열관리기능사 2급, 위험물취급기능사 1급, 전기안전기사 2급, 환경관리기사 2급을 땄다. 도루코 회사에 고졸 보일러공으로 위장 취업했던 김문수는 내노라하는 공대 졸업한 5명이 모두 떨어졌던 환경관리기사 2급 시험에서 고졸이 합격했던 일을 기억한다.
김문수와 악수하면서 손을 만져보니까 체격에 비해서 손이 크고 두껍다. 험한 일을 했던 노동자의 손이다. 눈은 맑다. 산양은 풀만 먹지 고기를 먹지 못한다. 고기는 돈이다. 돈 붙는 얼굴이 아니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압인지상(壓人之相)이 아니라, 돈 없는 청빈지상(淸貧之相)이다. 김문수 집안은 경북 영천 임고면에서 서당을 3군데나 운영했던 골수 유교 집안이었다. 윗대가 여헌 장현광의 학맥이었다고 한다. 김문수가 서당을 다니며 한문으로 된 주련(柱聯)과 현판에 쓰인 글씨 가운데 가장 가슴에 남았던 대목은 ‘신기독(愼其獨)’이었다. 남이 안 보는 데서도 자기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영남 선비의 깐깐함과 올곧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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