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28] 버버리(Burberry)의 몰락
체크 모노그램과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 – 브랜드의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쓰일 정도의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자랑했던 영국의 버버리사가 런던 증시 대표 지수인 FTSE 100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이 지수는 주가 총액으로 상위 100대 대형주를 말한다. 영국 명품 패션 산업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버버리사의 실적 부진은 전 세계적인 불황, 특히 중국의 경기 침체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비가 많은 영국 날씨의 특성상 방수가 되는 개버딘 원단을 개발하여 이를 소재로 방수 코트들이 영국군에 도입되었고 나아가 국민 패션이 되었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내 버버리를 가져와(Bring my Burberry)”라고 말한 데서 ‘버버리 코트’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 선풍은 영국 바라기 일본에까지 상륙하여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버버리는 한국 시장에서도 매우 친숙하다. 전도연과 전지현 그리고 손흥민 같은 스타들이 이 브랜드의 앰배서더 롤을 맡았고 이 브랜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체크 무늬를 도용한 중고등학교 교복들이 저작권 위반으로 걸려 부랴부랴 교복을 교체하는 촌극도 벌어진 적이 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팝음악 가사에 명품 브랜드들이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대중의 위화감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내숭과 가식 뒤에 숨겨진 ‘본능적’이고 ‘물질적’ 욕망은 날것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1981년 청순의 끝판왕 올리비아 뉴턴 존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린 <Physical>에서 “그대의 몸이 말하는 걸 듣고 싶어요(Let me hear your body talk)”로 포문을 열더니 마침내 마돈나는 이 노래를 통해 물질만능주의의 욕망을 직설적으로 토로한다. “모두가 물질만능주의 세상에 살고 있고/나는 물질적인 여자지(Everybody’s living in a material world/and I am a material girl).” 영국의 유력 음악 잡지 뉴 뮤직 익스프레스(NME)는 역대 500대 명곡을 선정하면서 이 노래를 438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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