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관객 무시? 무대 난입한 스타 소프라노...세종문화회관 “사과 받겠다”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내한 공연 중
테너 김재형 앙코르에 불쾌해하며 항의
커튼콜 때도 퇴장...관객들 “환불 요구”
8일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마지막 4회차 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토스카 역 게오르기우가 제 순서도 아닌데 느닷없이 무대에 오른 건 극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3막 중이었다.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 역할인 테너 김재형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완창하자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중배 지휘자와 부천 필하모닉의 클라리넷·호른 연주가 흔들리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김재형의 탄탄한 발성과 짙은 감성은 이를 말끔하게 지웠다.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앙코르를 요청한다는 뜻의 ‘비스’(bis)가 나오자, 지휘자와 테너는 즉석에서 곡을 다시 연주하며 화답했다.
게오르기우는 이렇게 두 번째 ‘별은 빛나건만’이 흐르던 도중 대뜸 무대에 나타났다. 무대 오른쪽에서 화가 난 듯 서성이는가 하면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툭툭 치며 불쾌한 티를 냈다. 앙코르 연주가 끝나고 또 한 차례 박수가 터지자, 게오르기우는 아예 손을 휘저으며 공연을 멈춰 세웠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던 공연에서 대뜸 영어로 “저기요(Excuse me)”라고 목청을 높이더니 “이건 공연이지 독창회가 아닙니다. 나를 존중하세요”라고 외치고 무대 밖으로 나갔다.
한순간에 꾸짖음을 들은 관객들은 웅성거리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오르기우는 다행히 다음 장면에 무대에 올라 정해진 순서 대로 연기를 이어갔지만, 고난을 겪은 뒤 절절하고 안타깝게 느껴졌어야 할 토스카와 카바라도시의 재회 장면에 관객이 몰입하기는 이미 어려워진 상태였다.
게오르기우는 커튼콜에서도 관객과 불화했다. 모든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박수갈채를 받는데, 배역 중 마지막 순서인 토스카는 한참 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30여 초 동안 어색한 박수만 나오던 중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었지만, 일부 관객에게서 야유가 나오자 양손을 들며 그대로 뒤돌아 나가버렸다. 무대에서 기다리던 동료 베테랑 성악가들도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후 지휘, 연출,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인사했지만 끝내 무대는 토스카 없이 마무리 지어야 했다.
관객들은 게오르기우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3막의 해당 장면이 있기 전까지 오히려 게오르기우를 환대해주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1막 토스카가 처음 등장할 때 박수로 예우했고, 2막 단독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힘에 부친 듯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음악계에 종사하는 오페라 팬이라고 밝힌 정 모 씨(28)는 “초청받아 내한해서 온 가수가 한국 관객을 가르치고 깔보듯이 말했다. 이런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객은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느냐”며 환불 요구를 했다.
물론 전막 오페라 중 앙코르는 이례적이긴 하다. 자칫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다만 명곡을 다시 듣고 싶어 하는 관객도 많기 때문에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공연 때는 테너 이용훈도 ‘네순 도르마’를 두 번 불렀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선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이번과 같이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부른 적이 있다. 공교롭게 이때도 상대역이 게오르기우였는데, 무대에 한참 올라오지 않아 항의성이라는 뒷말이 나온 바 있다.
이날 한 관계자는 “현장 반응을 통해 즉석에서 앙코르를 결정할 수 있다. 관객 중 테너 김재형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온 분도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역 소프라노가 자신보다 테너가 주목받는 상황을 언짢게 여겼을 수는 있지만 항의하더라도 무대 뒤에서 해야지 관객 앞에서는 부적절했다”며 황당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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