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여성 고용 지원하니 고소득 국가의 출산율 반전되더라”
韓, 2082년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워라밸 개선해 출산율 반전시켜야
민간보육 강화, 공공보육 확대해야… 육아휴직 늘리고 기준 완화할 필요
연금개혁은 노동-세제 개혁 병행해야… 성과급 확대, 소비세 인상 검토해야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은 30년간 연평균 4.4%의 높은 성장률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2%를 상회하는 역동적이고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는 미래 성장에 부담을 줄 위험이 있다. OECD 예측에 따르면 ‘한국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수’를 나타내는 노년부양비가 현재 28%에서 2082년 155%로 상승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변하는 것이다. 부모의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고 여성 고용을 지원함으로써 자녀 양육의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출산율 감소를 반전시키는 핵심이다. 청년층의 취약한 재정 상태와 예비 부모를 위한 주거비용 절감 문제도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한국은 고용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임금을 결정할 때 연공서열의 중요성을 줄이고 법정 퇴직 연령을 늦춰야 한다. 이민을 늘리고 외국인 노동력을 더 잘 활용하려면 고숙련 이민을 촉진하고, 저숙련 이민자의 통합을 지원하는 개혁도 필요하다.”
―저출산을 고민하는 한국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급속한 경제 발전 및 산업화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 모델에 집중해 국내 생산성과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사회복지 제도의 발전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 이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수출 중심인 대기업의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와 내수 시장 중심인 중소기업의 불안정한 고용 사이의 격차도 문제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어렵게 만든다. 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또 자녀 양육은 부모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준다. 자녀들이 명문대 입학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부모들은 사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주거비가 상승해 가정을 꾸리는 데 상당한 경제적 장벽이 된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러한 다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성차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또 가족 형성 및 출산과 관련된 경제적 장벽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노동시장 규제 및 높은 주거비 완화,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 등이 포함된다.”
―정부가 출산 지원 정책을 많이 발표했지만 효과가 없어 보인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은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한국의 노력은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 예를 들어 유급 육아휴직 사용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들에게 엄격한 자격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보육시설의 공식적인 보육시간이 전일제 근무시간과 잘 맞지 않는다. 민간 보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강하다. 근로시간이 길고 고용주의 유연성이 부족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으려는 부모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 국제적인 경험과 분석에 따르면 여성 고용을 지원해 출산율을 높이는 게 고소득 국가의 출산율 감소세를 반전시키는 핵심이다. 이를 위해 민간 보육의 질적 기준을 강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공 보육을 접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육아휴직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연금개혁은 국민들의 반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및 세제 개혁을 통합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대중의 반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정년 연장은 일반적으로 고령 근로자들이 환영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연령에 연동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젊은 층의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공서열이 임금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다른 OECD 회원국들처럼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여율(보험료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9%다. 그런데 이 기여율을 높이는 데도 반대가 있다. 다만, 일반 과세로 연금 재원을 마련하면 기여율을 많이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소비세율을 점진적으로 5%포인트 인상해 연금 재원 등을 마련했다.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은 10%로 OECD 평균치인 19.2%보다 훨씬 낮다.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지난 국회가 연금개혁 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대대적인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 한국의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고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맞물려 사회보험 제도와 (노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도전이 된다.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한국은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환영한다. 이게 연금개혁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받는 돈(소득 대체율)에 대한 논쟁은 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년 연장은 젊은이들이 반기지 않는 편이다.
“젊은이들이 개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가진 고령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호를 줄이면 기업의 채용 비용이 준다. 젊은 근로자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비정규직이 한국 노동력의 37%로 점점 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이민 정책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한국의 이민 정책은 이주민의 사회 통합에 충분히 주력하지 못했다. 저숙련 임시 외국인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근로 및 생활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직업을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없애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직업을 쉽게 바꾸도록 도와야 한다. 모든 이민자에게 교육과 사회 서비스를 공평하게 보장할 것을 권장한다.”
―공공 및 민간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의 공공부채는 OECD 회원국 중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공공지출 압박이 커질 것이다. 선제적인 대책이 없다면 2060년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상대적으로 높아 민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건전성 정책을 엄격히 시행하면 금융안정성을 해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제안한 재정준칙은 장기적으로 공공 재정을 크게 강화할 수 있으니 채택돼야 한다. 재정준칙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고령화 관련 지출을 줄이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혁에는 법정 정년을 상향 조정하는 연금 개혁,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고 여성 고용을 늘리는 노동력 강화 정책, 현재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소비세율(10%) 인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월 근원 인플레이션은 2.2%로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향해 하락하는 추세를 확인했다. 2024년 근원 인플레이션이 전년의 3.4%에서 2.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최근 OECD의 전망과 일치한다. 물가가 목표치에 근접하고 하락하는 추세란 점은 통화정책이 올해 말부터 완화(기준금리 인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서 이미 내수와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구조 개혁과 함께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피하려면 재정 규율(fiscal discipline)이 중요하다. 예컨대 최근 여러 식료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수입 쿼터(할당) 제도를 축소한 점은 (수입으로 식품 공급을 늘리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환영받을 만한 조치다. 물론 네트워크 부문의 규제와 무역 장벽을 완화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개혁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필요도 있다.”
마티아스 코먼 |
△1970년 벨기에 리에주주(州) 외펜시 출생 △1994년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법학과 졸업 △1996년 호주 이주 △2013∼2018년 호주 재무부 장관 △2015∼2016년, 2017∼2018년 특별 국무장관 △2018∼2019년 재무 및 공공서비스 장관 △2019∼2020년 재무부 장관 △2021년 6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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