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아프리카 선점에 서방 속수무책

이우중 2024. 9. 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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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40國 정상 초청한 대규모 포럼
3년간 67조 금융지원 선물 보따리
50년 넘게 아프리카에 공들여온 중국
지구촌서 ‘가장 젊은 시장’ 선점해가

중국은 지난 4∼6일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베이징 정상회의를 성대하게 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자국에서 치러진 최대 행사라는 말이 아깝지 않게 중국은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다.

중국·아프리카 관계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듯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도 포럼 개막식을 포함한 세부 행사를 자세히 안내하며 각 행사의 신청 마감일이 다가오면 친절히 개별 공지까지 해 주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평소 질의에 대한 응답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는 중국 당국자들의 모습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체류 비자를 갱신하러 간 출입경사무소에서도 포럼 기간 베이징 시내에 드론을 띄우지 말라거나 취재 시에 준수사항을 지켜달라는 조언을 들었다. 국제회의나 국가 주요 행사 기간 드론 비행 금지 등은 통상적인 조치지만 이번에는 특히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럼이 시작되자 중국이 준비에 왜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번 포럼 전후로 베이징을 찾은 아프리카 40여개국 정상을 일일이 만나 관계 격상과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 주석은 또 개막 연설에서 중국이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 격상을 제의하며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전반적인 지위를 ‘신시대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3년간 3600억위안(약 67조6000억원)의 금융 지원 제공도 약속했다.

중국은 사실 오래전부터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다. 아프리카가 유럽 식민지에서 독립국가로 넘어가던 1950∼1960년대부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지원해온 것을 시작으로 특히 중국 외교 수장은 1991년부터 34년째 매년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택하고 있다. 올해도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월 이집트와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4개국 방문으로 해외 일정을 시작했다.

이는 아프리카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노린 것과 동시에 정치적 목적도 다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과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해 성장잠재력이 큰 유망시장이다.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가운데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곳이자 전체 인구의 60%가 25세 이하로 구성된 젊은 대륙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률 역시 세계 평균치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으며 올해 3.8%, 내년 4.1%로 성장세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또 아프리카는 유엔 등 국제 무대의 쟁점 사안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국은 이처럼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자원 개발에서의 이점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강화를 동시에 꿈꾸는 듯하다.

중국이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방식에는 비판도 따른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지난 10여년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제공한 차관이 가난한 국가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리고 중국이 이를 이용해 아프리카의 리튬·희토류 등 자원과 주요 인프라를 장악한다고 비판해왔다. 실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적 타격까지 겹치자 중국에 채무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아프리카와 중국은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서방보다는 중국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듯하다. 중국은 서방국들과는 다르게 아프리카 국가들을 동행해야 할 ‘파트너’로 대한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치코위츠 가족 재단’이 올해 1월부터 2개월간 아프리카 16개국에서 18∼24세 56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2%가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79%)과 유럽연합(EU·73%)보다 높은 수치로,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자극받아 아프리카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국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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