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DJ·친노·친문 끌어안으며 대권 도전 구체화

이정하 기자 2024. 9. 8.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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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뉴스]민주당 전 대통령 쪽 방문하며 정치적 정통성 세우려
윤석열 정부 비판하는 정치적 발언도 점차 수위 높여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4년 8월26일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 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잇달아 경기도정에 대거 영입하면서, 정치적 외연 확장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평소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지만, 대권 행보에 거침없어 보입니다. 민주당의 뿌리이자 심장인 호남을 취임 이후 10여 차례 방문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등 민주당의 ‘정통’을 잇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친노·친문 세력의 지원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이번 한가위 명절 밥상에 김 지사의 이런 대권 행보도 화두로 오를까요? 향후 대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잇는 정치적 계승자 자처

김 지사는 2024년 8월3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2024년 들어서만 세 번째 방문입니다. 그는 방명록에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더 크게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목표를 잡고 길게 가자’는 노 전 대통령의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 나오는 작은 제목을 인용한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언급하며 그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만찬도 함께 했습니다. 만찬장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노무현재단 이사장),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 김정호·김현 의원 등 과거 친노·친문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함께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4년 8월3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만찬 자리에서 김 지사는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아주대 총장 시절(2017년) 문재인 대통령님께 경제부총리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캠프에서 대선 시절 ‘비전 2030’을 기본으로 삼았으니, 들어와서 야당(현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보고서를 실현해달라고 설득해 결국 맡게 됐습니다.”

‘비전 2030’은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에서 전략기획관으로 근무하던 김 지사 주도로 만들어진 국가전략보고서입니다. ‘선 성장, 후 복지’ 패러다임을 깨고, 최초로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국가전략으로 제시한 보고서였습니다. 앞서 김 지사는 2024년 7월 전남 신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고, 3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예방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만난 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제게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정통 계보를 잇는 대권 주자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친노·친문 대거 중용… 비명계까지 확장

경기 도정에서도 대권 행보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과거 친노·친문계 인사들이 대거 도정 곳곳에 요직으로 들어왔습니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출신이자 친문 핵심으로 알려진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됐습니다. 도정자문위원회는 도정 정책에 대한 진행 상황 점검, 개선방안 제언, 신규 정책기획과 전략 수립 등의 역할을 하는 정책자문기구입니다.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이 많은데,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동연 지사께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동안 도정을 잘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이나 야권에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비명계로 분류되는 전 위원장은 김 지사와 정치적 동행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2024년 8월3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방명록에 적은 글.

전 위원장이 합류하기 이전 이미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남수(현 정무수석), 친노 핵심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경기도 기후대사), 청와대 행정관 출신 신봉훈(현 정책수석) 등이 중용됐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국정기획상황실 행정관 강권찬(현 기회경기수석), 산업통상비서관 강성천(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경제보좌관 주형철(현 경기연구원장), 선임행정관 안정곤(현 비서실장), 청와대 대변인 강민석(현 대변인) 등도 합류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김 지사는 2024년 7월 조국혁신당 전국장원대회에도 참석하는 등 야권 전반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5월에는 팬카페 ‘동고동락’과 오픈 채팅방도 개설했습니다. 열혈 지지층을 보유한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와 비교해 취약한 팬덤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발언 수위도 점차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하는 일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지수가 임계점을 넘으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의료대란 현실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처럼 얘기해 놀랍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달나라 대통령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월31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초청 특별대담에서 한 말입니다.

2024년 7월 전남 신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도정보다 ‘대권’ 잡기에 나선 형국에 불편한 시선도 있습니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는 메시지에만 열 올리지 말고, 도민의 삶부터 살피길 바란다. 깊어가는 대권병에 정작 그 피해는 오롯이 도민이 떠안을 따름이다.” 당장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잇따라 논평을 내어 이렇게 비판하며 김 지사의 대권 행보를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도 정책과 대권 도전, 두 마리 토끼 잡을까?

거침없는 김 지사의 대권 행보가 당장 멈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는 최근 첫선을 보인 ‘기회소득 시리즈’를 포함해 ‘기회·돌봄·기후·평화’ 등 4대 경제 분야 신규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임금삭감 없는 4.5일제, 경기도 간병 에스오에스(SOS) 프로젝트 등의 세부사업은 국가의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시범사업 차원이기도 합니다. 도정과 대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원=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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