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지나던 그 동네, 확 좋아지겠네”…주민 반발에 한전이 내놓은 대책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4. 9. 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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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주변지역 주민 지원금 10년만에 인상
발전량 해마다 급증하는데
송전선 증설 더뎌 못 따라가
주민 반발·지자체 비협조
‘전자파 괴담’에 사업 차질
민원 빗발·소송전 잇따르자
한전 직원들 담당부서 기피
정부가 송전선이나 변전소 같은 전력망 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원금 단가를 10년만에 처음 인상키로 했다. 인상률만 18.5%에 달한다. 그동안 안 올린 걸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한꺼번에 올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과 발전회사들 부담은 연간 265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망이 적기에 구축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큰 걸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금 증액으로 곳곳에서 지연되고 있는 전력망 구축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주민들에게는 재산권 행사 제약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지원금이 나간다.

주변지역의 범위는 송전선과 변전소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난다. 765kV(킬로볼트) 지상 송전선로가 지나는 경우 주변 1000m 이내 지역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500kV와 345kV 지상 송전선로의 주변지역 범위는 각각 800m와 700m로 정해졌다. 송전선이 지하로 지나가는 경우엔 주변지역 보상이 없다.

예를 들어 345kV 지상 송전선 5000서킷미터(c-m)가 지난다고 가정해 보자. c-m는 송전선 길이 단위다. 하나의 송전선 안에 여러 가닥이 들어 있는데, 이를 다 합쳐 c-m, c-km 등으로 표기한다. 지금은 c-m당 9100원 지원금이 나가기 때문에 총 지원금은 연간 4550만 원이다. 절반은 마을 공동사업에 사용된다. 나머지 절반은 가구별로 균등 배분된다. 만약 18.5%가 인상되면 총 지원금은 5392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책정된 지원금은 송전선이 50년 동안 지나가면 50년 동안 계속 지급된다.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부담하는 지원금 규모는 지난해 1435억 원에 달했다. 2020년 처음으로 14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18.5% 지원금이 인상되면 총액은 17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전 재무상태가 나쁜 상황에서도 지원금을 한꺼번에 20% 가까이 올리기로 한 건 전력망 확충 작업이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총 송전망 회선길이는 3만675c-km 였고, 당시 발전설비는 79.9기가와트(GW) 였다. 지난해 송전망 길이는 3만5596c-km로 13년간 16%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에 그친다. 반면 지난해 발전설비는 150GW로 13년간 87.7%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6.7%에 달한다. 발전설비 증가율이 송전선 증가율의 5배가 넘는다. 송전선이 급증하는 발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전은 10차 장기 송·변전발전설비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56조 7000억 원을 송전선, 송전탑 같은 설치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곳곳에서 사업 차질을 빚고 있다. 지역 주민들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전자파 괴담 등이 결정적 이유다. 실제로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사업은 66개월 이상 지연됐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도 주민민원으로 입지 선정이 지연된데다 당진시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소송전이 벌어져 150개월 지연됐다. 소송결과 한전이 승소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산업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력망 건설이 제때 완료되지 못하면 수도권의 안정적 전력공급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국가 첨단산업을 위해서라도 전력망 건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전에 따르면 345kV 송전선로 기준 표준공기는 9년이지만 실제론 13년 이상 걸리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전력망 부족”이라며 “멋있는 자동차가 있지만 길이 없는 상황과 같다”고 지적했다.

송전탑나 송전선, 변전소가 들어서는 곳마다 민원이 빗발치고 소송전까지 비화되면서 담당 업무를 맡은 한전 용지부는 직원들의 기피 1순위 부서가 됐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을 다 설득했는데 지자체가 공사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자파 괴담도 전력망 구축 공사 지연 단골 손님이다. 최근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설비증설을 최종 불허한 것도 전자파 괴담이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전자파와 관련한 걱정은 극히 일부 세력들의 흑색선전과 악의적인 주장에 불과한 괴담일 뿐”이라며 “전자파 괴담, 전력망 건설과 관련한 흑색선전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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