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이 선발 등판하는 날, 고참 박병호도 전력질주한다…“다들 좋은 플레이하고나서 한마디 해줘요, 나에게는 큰 힘”[스경X현장]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자신을 넘어서면 타이틀과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삼성 원태인이 생애 첫 다승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원태인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2이닝 6안타 2볼넷 7삼진 2실점을 기록해 팀의 10-2 승리에 기여했다.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와 장단 16안타로 10득점을 뽑은 타선에 힘입어 2위 자리를 지켰다.
팀이 5-2로 앞선 상황을 만들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원태인은 시즌 14승째(6패)를 올렸고 NC 카일 하트(13승2패)를 밀어내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던 2021년 기록한 14승(7패)과 타이 기록도 이뤘다.
원태인이 다승왕을 차지한다면 삼성은 2021년 데이비드 뷰캐넌(16승5패) 이후 3년만에 이 부문 타이틀 홀더를 배출한다. 리그 국내 선수 다승왕으로 따지면 2017년 KIA 양현종 이후 7년만에 원태인이 또다른 주인공이 된다.
1회 서호철-김주원-맷 데이비슨을 삼자 범퇴로 처리한 원태인은 2회 1사 후 천재환에게 2루타를 맞았다. 김성욱을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며 만들어진 1사 3루에서는 도태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출루한 도태훈이 김형준 타석 때 도루를 성공하며 원태인을 흔들려했으나 원태인은 타자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2사 후 김주원에게 내야안타를 내준 원태인은 큰 동요 없이 데이비슨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웠다.
4회에는 김휘집, 도태훈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에는 2사 후 김주원과 8구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지만 또 다시 데이비슨에게서 삼진을 빼앗았다.
1-0으로 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가운데 5회 타선에서 대거 4득점을 올리며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김지찬이 1타점 3루타에 상대의 폭투로 득점까지 올렸고 박병호의 내야안타 때 3루주자 이재현이 홈인하며 한 점을 더 추가했다. 강민호도 우전 적시타로 힘을 보탰다.
5-0의 리드를 잡은 상태에서 6회 피칭을 이어간 원태인은 김휘집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NC 대타 최정원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2루로 향하던 김휘집을 잡아냈다. 김성욱 타석 때 폭투로 주자를 2루까지 보낸 원태인은 도태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투구수가 110개를 넘기자 벤치에서 움직였다. 이어 최지광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지광이 김형준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원태인의 실점이 늘어났지만 이닝을 그대로 끝냈다.
이날 원태인의 투구수인 111개는 올시즌 최다 투구수다. 최고 151㎞의 직구(55개)와 체인지업(26개), 슬라이더(18개), 커터(9개), 커브(3개) 등을 섞어 던졌다.
경기 후 원태인은 “목표는 최다승 타이로 잡았었는데 진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솔직히 반신반의 했는데 자신감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된 시즌이다”라고 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팀도 중요한 경기를 하고 있어서 오히려 더 플러스 요인이 되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이 승수를 쌓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무조건 승리투수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우리 타자들이 너무 잘 쳐줘서 나도 최소 실점으로 막다보면 타자들이 언젠가 쳐줄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다보니까 마음이 편하고 나의 피칭에도 좀 좋게 작용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타자들 덕을 많이 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득점지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는 “형들이 ‘한번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경기 중에 해주려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박)병호 선배님이 전력 질주를 하는 모습이나 후배 선수들이 치고 들어와서 ‘이길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게 저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지만 좋은 플레이를 하고 나서 나에게 한 마디씩 해 주는게 경기 중에 피칭을 할 때나 준비를 할 때 많은 힘이 되고 있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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