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자리싸움’만 하다 날 샌다

이종섭 기자 2024. 9. 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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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두 달 넘게 ‘헛바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진보당·정의당 대전시당이 지난 5일 대전 대덕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의 의정비 반납과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대덕구 세 차례 원구성 실패
예산군·울산시의회도 ‘파행’
조례·예산안 심의 등 차질
지역 주민에 피해 고스란히
“의정비 지급 제한 등 나서야”

일부 지방의회가 후반기 임기 시작 두 달이 넘도록 자리다툼을 벌이며 원구성조차 마무리짓지 못해 파행을 겪고 있다. 원구성 때마다 반복되는 파행을 최소화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대전 대덕구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4일 임시회를 열어 제9대 후반기 의장 선거를 진행했지만 단독 후보로 등록한 양영자 국민의힘 의원(비례)이 1·2차 투표에서 모두 찬성 4표, 반대 4표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대덕구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가 무산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앞선 두 번의 선거에는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홍태 국민의힘 의원이 단독 후보로 나섰지만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의장을 선출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득표가 있어야 한다. 재적의원 8명이 4대 4로 갈려 기싸움을 벌이면서 선거가 무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지방의회는 조례에 따라 전반기 의장단 임기 2년이 끝나기 전에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6월 지방선거를 마친 의회가 7월 개원하기 때문에 후반기 의장단 선거는 6월 말 실시하는 게 통상적이다. 대덕구의회는 전반기에도 원구성 갈등으로 한 달 넘게 공전하다 늑장 개원했다. 후반기에도 7월 말에야 첫 의장 선거가 이뤄졌고, 그나마도 무산되면서 대부분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정 활동에 들어간 지 두 달이 넘도록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과 파행은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충남 예산군의회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법정 다툼으로 임시의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재적의원 11명 중 5명이 참석해 정족수가 미달된 상황에서 후반기 의장이 선출돼 소송전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선출된 의장·부의장은 법원의 집행 정지 신청 인용으로 직무가 정지됐다. 선거 무효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갈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의회 정상화는 난망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10곳 가까운 지방의회가 아직 후반기 원구성을 매듭짓지 못하거나 갈등을 빚으며 공전 중이다. 광역의회 중에서는 울산시의회가 의장 선거 문제로 시끄럽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6월 의장 선거에서 11대 11로 나뉘어 감투싸움을 벌이다 3차 투표까지 간 끝에 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결정했으나, 1표의 무효표 논란으로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의장 직무는 정지됐고, 부의장이 직무대리로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기초의회 가운데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7대 7 동수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경기 김포시의회, 4대 4로 갈려 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기 양주시의회와 강원 홍천군의회 등에서 갈등과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파행을 겪던 경남 거제시의회는 지난 4일에야 가까스로 원구성을 마무리했고, 경기 수원시의회도 지난 6일 겨우 갈등을 봉합해 추석 이후 원구성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의회 파행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시급한 조례나 동의안, 예산안 등 안건 심의가 지연되고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민생 정책이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투싸움으로 폭주하는 의회에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은 “제때 원구성을 하지 못하면 원구성 때까지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드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의원들의 밀실 합의로 이뤄지는 의장 선거 방식을 바꿔 누가 후보이고 의회를 어떻게 운영할지 시민들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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