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를 ‘반란’으로…일부 교과서 버젓이 검정 통과
정부 검정을 통과한 중고교 일부 역사교과서가 ‘여수·순천 10·19사건 희생자’를 ‘반란 가담자’ 등으로 기술해 전남지역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합의로 제정된 특별법은 여순사건을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다.
전남도교육청은 “최근 공개된 역사교과서 중 일부 출판사가 여순사건 희생자들을 ‘반란’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8일 밝혔다.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5종은 여순사건을 ‘반란’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들 교과서는 사건 희생자들을 ‘반군’ ‘반란 폭도’ ‘반란 세력’ ‘반란 가담자’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는 2021년 6월29일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부정하는 표현이다.
특별법은 여순사건을 “정부 수립 초기 단계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으로 규정했다.
또 “1948년 10월19일부터 1955년 4월1일까지 여수·순천 지역을 비롯하여 전남, 전북, 경남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매우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반란’ 등의 표현을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특별법 취지에 저촉되는 표현이 있는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권한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의회에는 ‘교육부의 역사 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지난 6일 제출됐다. 결의안에는 교육부가 해당 교과서 검정 승인을 즉각 취소하고 사회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오는 12일 전남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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