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침체 우려에 대선 리스크까지…‘바닥’ 모르는 한국 증시, 시장은 “피하고 보자”
미국 일각 ‘연착륙’ 전망에도
경기 사이클 부담 심리 커져
국내 기업 수출 둔화 우려도
미국발 외풍에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외국인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대선 리스크를 마주하며 빠르게 이탈하면서 한 주 만에 코스피는 2540선까지, 코스닥은 700선까지 밀렸다.
문제는 증시가 어디까지 더 떨어질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 침체 우려가 커져 증시가 떨어지고,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와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작을 것이란 실망감에 증시가 떨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세계 증시는 악몽 같은 한 주를 보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는 한 주간 5.77% 폭락했고 S&P500지수는 4.25% 하락했다.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도 4% 넘게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84% 내렸다.
국내 증시도 지난 3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한 주간 4.86% 하락해 지난 6일 2544.28까지 떨어졌고, 코스닥은 같은 기간 7.96% 폭락해 706.59까지 밀렸다. 외국인은 이 기간 2조7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은 시장을 둘러싼 온갖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세부지표 중 신규주문지수는 전월보다 줄고 재고지수는 전월보다 오르면서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이는 전형적인 ‘침체’가 나타났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비농업 부문의 신규고용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하회한 것도 증시를 끌어내렸다. 침체 우려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경기침체는 오지 않았고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나온 미국 고용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8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2%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꺾이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위험의) 빨간불이 번쩍이고 있지 않다”며 경기가 연착륙 기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 경기가 비정상적으로 확장 국면을 이어온 만큼 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기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2020년 2~4월이었다. 침체 기간이 역대 경기침체 중 가장 짧았고, 침체가 이례적인 팬데믹의 영향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10년 넘게 확장 국면을 이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는 수축과 확장을 번갈아가며 순환하는데, 확장만 계속되면서 당장 침체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시각이 커진 셈이다. 중국 내수 부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세계 소비시장을 떠받드는 미국의 침체는 곧 전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요 종목들이 수출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수출 증가율이 점차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변수로 꼽힌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9월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되고 연말엔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코스피 상승률이 수출 증가율 둔화 과정을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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