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도 싸다” 승부사 이 남자의 통큰 베팅…세계적 통신사로 클 줄 알았을까
선경텔레콤 사업권 반납 등
시련도 있었지만 포기 안해
SKT 글로벌 통신사로 우뚝
반도체 왕국 키운 최태원
반대 의견에도 하이닉스 인수
공동대표 맡으며 책임경영
“기업 숙명은 도전자 되는것”
1994년 3월16일, SK는 정부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민영화 방침에 따라 주식 공개매각에 참여했다. SK가 써낸 인수가격은 주당 33만5000원, 총 4271억원으로 압도적인 최고가였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너무 높은 가격이 아니냐며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지금 2000억원을 더 주고 사지만 나중 일을 생각하면 싸게 사는 거다. 우리는 미래를 산거다”고 강조했다. SK는 그해 7월 한국이통통신 인수를 완료했다.
최 선대회장은 인수 후 “한국이동통신 직원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기존 조직을 흔들지 말고 그대로 가져가라. 선경(현 SK)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깃들게 해야 한다”며 피인수 회사 직원과 조직을 포용했다.
앞서 최 선대회장은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기획실을 신설하면서 통신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동전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성장하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꽤 유망해 보였다. 그래서 최종현 회장께 이동통신사업을 제안하게 됐다.” 최태원 SK 회장의 회고다.
SK는 1991년 4월 선경텔레콤(이후 대한텔레콤)을 설립한 후 통신업 진출을 적극 모색했다. 1992년 코오롱과 포스코 등을 제치고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반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 선대회장은 패기있게 사업 재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제2이동통신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겠다고 결정했다. 최 선대회장은 당시 “사업권 반납은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에 불과하다”며 “반드시 재도전해 사업권을 획득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자산 30조원의 거대통신회사로 성장했다. 올해는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지 30주년 되는 해다.
최 선대회장은 섬유회사였던 SK를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기업으로 키운 재계 거인이다. 그는 10년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기획력, 여기에 도전정신을 더해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들을 현실화했다.
이처럼 최 선대회장의 원유 확보 능력은 1980년 유공 인수의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유공 민영화 조건으로 원유 도입 역량과 산유국 투자 유치 등을 내걸었다. 당시 선경 보다 잘해낼 기업은 없었다.
최 선대회장의 기업가정신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하이닉스 인수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 후 공동대표를 맡아 책임경영에 나섰으며 회사 인근 호프집에서 하이닉스 직원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최 회장은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며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가 되자”고 강조했다.
SK는 반도체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태원 회장이 취임했던 1998년 SK의 수출액은 8조3000억원이었다. 2023년 말에는 83조4000억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그룹 매출은 37조2000억원에서 201조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김연성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패기와 도전 그리고 새로운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가는 협력 문화가 SK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오너의 방향 제시와 구성원의 실행 역량이 시너지를 낸 ‘빛나는 동행’은 SK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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