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학대 언론보도 신중 기해야
국회는 지난해 정부가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을 수립하고 그 이행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로 학대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관심을 모아 사회적 여론을 환기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등 아동의 인권 신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일부 보도에서 불필요한 학대 영상, 자극적인 표현, 피해자나 주변인의 사생활 노출 등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2년부터 한국기자협회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을 만들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민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2023년부터 한국기자협회는 광고 및 기자 토론회를 통해 인식 개선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일선 취재 현장에서는 아직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을 알리고 취재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은 전문, 아동의 권익과 인권, 2차 피해 예방, 사실 기반 보도, 아동학대 예방 권고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에는 ‘언론은 유엔아동권리협약과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독립적 인격체로서 아동의 의견을 존중하며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선다’ ‘2차 피해를 줄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는 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는데 우선 아동의 권익·인권 관련해 부모가 아동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이자 극도의 아동학대에 해당하므로, ‘일가족 동반 자살’ ‘일가족 극단 선택’ 등으로 표현하지 않아야 한다. 또 민법상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은 폐지되었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훈육’ ‘체벌’ 등의 표현은 쓰지 않는다. 피해 아동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진술·상담 기록 등을 보도하기 전에 친권자 등 보호자뿐 아니라 피해 아동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인터뷰 방식·내용에 피해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고, 친권자 등 대리인의 의견이 피해 아동의 의사와 다를 수 있으니 이를 구별하여 보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2차 피해 예방과 관련해서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할 때는 피해자, 신고자, 학대행위 의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직장, 직업, 성별, 나이 등의 인적 사항을 되도록 보도 내용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준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기반 보도와 관련해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할 때, ‘학대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의 행위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추측하지 말아야 하며,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등 5가지 기준도 제시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사건은 절대 발생하지 말아야 하지만, 만약 발생한다면 올바른 아동학대 사건 보도를 통해 아동과 가족의 인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 궁극적으로 아동인권을 옹호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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