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는 이사도 못 가나”… 터져버린 실수요자
KB·우리 등 유주택자 주담대 제한 이어
신한銀,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중단
“내 집 팔아서 전세로 가란 말이냐” 분통
이복현 “개입” 발언에 금융위 “자율 관리”
금융당국 간 엇박자에 혼란만 더 키워
일각 “LTV·DSR 규제 강화 불가피할 듯”
대통령실 “실수요 구분 가이드라인 준비”
“집 한 채 있으면 이사도 가지 말란 말인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0일부터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를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한다.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이사 등에 따른 갈아타기 용도로도 대출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보험사 중 주담대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도 즉시 처분 조건부의 1주택자 갈아타기 대출을 중단했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9일부터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를 제한한다. 다만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를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아이 학교 때문에 이사를 준비 중이었는데 대출을 못 받으면 가려던 곳에 집을 살 수 없다”며 “내 집 팔아 전세로 가란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요 은행 대부분이 최장 50년에 이르던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줄인 데다 생활자금용 주담대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전방위로 조이면서 개인별 대출 한도도 크게 줄고 있다.
은행들의 제각각 대출 제한 방침에 실수요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엇박자가 혼선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인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어떠한 변화도 없다”며 은행의 자율적 관리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은행들이 손쉽게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한 발언과 배치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라고 해서 대출 금리를 올렸더니 금감원장이 손쉽게 한다고 비판하고,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으니 이번에는 금융위원장이 자율적으로 하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라는데 은행에선 관행적으로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과 1주택자의 갈아타기 정도로 볼 뿐, 실수요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시행한 데 더해 수도권 주담대의 스트레스 금리를 더 높게 적용했는데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신용대출과 카드론 한도를 줄이는 등 추가 규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나아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핀셋 규제나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담대의 가장 큰 비중은 주택 구입용인데 지금 나오는 대책은 다 주변부를 조이는 규제여서 한계가 있다”며 “당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려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SR 규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MBN에 나와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는 곤란하다”며 “대출 자체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하되 실수요와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완전히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주택공급 확대와 투기수요 억제 정책은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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