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도 못 말린 건각들 질주…서울·한전 ‘대역전 드라마’
서울, 마지막 구간서 ‘스퍼트’ 경기 잡고 시도대항전 3년 만의 우승
팀 대항전 한전, 4년 만에 정상 탈환 “선수들이 자신감 갖는 계기 돼”
늦여름 더위도 정상 탈환을 향한 건각들의 열정을 꺾진 못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통일로를 달궜다.
제54회 대통령기 전국통일구간마라톤대회가 8일 오전 9시,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를 출발점으로 파주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46.8㎞ 구간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의 3년 만의 우승과 한국전력공사의 4년 만의 정상 탈환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그려질 무대였다.
시도 대항전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치열한 접전이 대회의 백미였다. 마지막 제6구간(7.2㎞)에서 역전극이 펼쳐졌다. 통일공원에서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이 구간에서 서울의 심주완이 25분38초로 경기도의 강광수(26분5초)를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울은 2시간36분23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경기도는 2시간36분38초 기록으로 2위에 머물렀다.
서울은 경향신문사에서 대성주유소까지의 제1구간(5.5㎞)에서 박진현이 나서 17분53초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대성주유소에서 벽제교 초입까지의 제2구간(8.9㎞)은 대회 최대 난코스로 꼽힌다. 은평뉴타운을 지나 고양시로 넘어가는 이 구간은 끝 지점에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결되어 있다. 경기도의 고정현이 28분45초로 구간 1위를 차지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서울의 이영범은 31분7초로 뒤를 이었다.
벽제교 초입에서 내유초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제3구간(7.2㎞)은 비교적 평탄한 도로로, 선수들의 스피드 경쟁이 치열했다. 서울의 박우진이 23분15초로 선전했지만, 경기도의 김예훈이 23분16초로 선두를 지켰다.
내유초등학교 앞에서 옛 통일로주유소까지의 제4구간(7.8㎞)은 고양시를 관통하는 코스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이 건각들의 질주에 쏠렸다. 옛 통일로주유소에서 통일공원까지의 제5구간(10.2㎞)은 대회 최장 코스로, 선수들의 체력이 극한에 달하는 구간이었다. 메가폰을 잡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팀을 이끈 조남홍 배문고 감독은 “2번 주자가 골반 부상으로 2분 뒤진 채 3번 주자에게 바통을 넘겼다”면서 “남은 주자 4명이 격차를 조금씩 좁힌 끝에 극적으로 역전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소속팀 대항전에서도 한국전력공사와 건국대학교의 접전이 펼쳐졌다. 경향신문사에서 벽제교로 이어지는 제1구간(14.4㎞)에서는 건국대 손세진이 46분52초로 한전의 김태훈(47분10초)에 다소 앞섰다. 벽제교에서 옛 통일로주유소까지의 제2구간(15.0㎞)에서 한전 신현수가 48분30초로 48분41초를 기록한 건국대 김홍록과의 격차를 좁혔다.
승부의 분수령은 통일공원으로 이어지는 제3구간(10.2㎞)이었다. 한전의 심종섭이 31분43초로 구간 1위를 가져가며 32분57초에 그친 건국대 김대훈을 따라잡았다. 임진각까지의 마지막 제4구간(7.2㎞)에서 한전의 이경호(23분17초)는 건국대 심규원(23분42초)과 격차를 더 벌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최종 기록은 한전 2시간30분40초, 건국대 2시간32분12초였다.
김재룡 한전 감독은 “지난해 대회에서 건국대에 밀린 게 자존심이 상했다”며 “가을 마라톤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나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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