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싸움닭 전략’ vs 트럼프 ‘평정심 변수’…美대선 첫 TV토론 관전 포인트
두 후보 간의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토론의 성패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의 6월 TV토론 참패 뒤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고, 구원 등판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다소 주춤한 것으로 관측되며 TV토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48%로 해리스 후보(47%)를 오차범위(±2.8%) 내에서 앞섰다. NYT는 “해리스 등판 뒤 ‘대세론’이 뜨거웠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놀랍도록 견고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응답자 28%는 해리스 후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 해리스 ‘싸움닭 전략’ vs 트럼프 ‘냉정 유지가 관건’
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찾은 해리스 후보는 백악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6일째 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가 이미 6차례 대선 TV토론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리스 후보를 ‘언더도그(underdog·약자)’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자신을 능력 없는 급진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트럼프 후보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 토론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여 토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도 당시 선두주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몰아붙이는 ‘싸움닭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해리스 후보는 현재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세 차례 토론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토론 준비를 이끌었던 캐런 던 변호사와 당시 트럼프 후보 역할을 맡았던 필리프 라이너스 전 대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도 토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축출에 앞장섰던 공화당의 대표적인 싸움닭 정치인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해리스 저격수 역할을 했던 털시 개버드 의원 등과 함께 토론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후보는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느냐를 이번 토론의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참패시킨 TV토론 때처럼 흥분을 가라앉힌 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는 것. 공화당 전략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토론이 대선 결과를 바꿀 마지막 변곡점인 만큼, 고삐가 풀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해리스 “괴상한 트럼프” vs 트럼프 “거짓말쟁이 해리스”
뉴욕타임스(NYT)는 7일 “해리스 후보가 어떤 이미지로 정의되느냐가 이번 토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와 달리 아직 상당수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경험과 역량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과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새로운 미래의 주자로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트럼프 후보를 과거에 집착하는 ‘괴상한’ 정치인이자 이기적인 백만장자로 규정해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후보를 바이든 행정부 실패의 공동 책임자로 지목하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정치컨설턴트인 브렛 도스터는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해리스의 이전 발언과 현재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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