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AI홈’ 핵심, 공간·사람 ‘연결’
LG, 생성형 AI가 명령 해석 최적화 ‘씽큐 온’ 첫선 “공감 지능 공간”
삼성, ‘스마트 싱스’로 자동 연동, TV로 집 안 제어 “삶을 단순하게”
관람객 가장 붐빈 곳은 AI 로봇 앞…삼성 ‘볼리’·LG ‘Q9’ 시연 눈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매끄럽게 이어지는 일상의 경험을 앞세워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LG전자는 ‘공감지능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AI 홈’이라는 주제로 저마다의 AI 비전을 선보였다.
LG전자 전시관은 회사가 지향하는 AI 홈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집 안 공간으로 꾸몄다. 다른 기업들이 크고 작은 제품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은퇴한 노부부의 집,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집 등으로 구성됐는데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가전이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공간에선 손바닥만 한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LG전자가 이번에 첫선을 보인 ‘씽큐 온’으로, 집 안 가전을 하나로 잇는 AI 홈의 허브다. 씽큐 온의 두뇌 역할인 AI 에이전트 ‘퓨론’은 오픈AI의 최신 멀티모달 AI 모델인 GPT-4o를 탑재했다.
AI 홈은 일상적인 대화를 알아듣고 명령을 알아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하이 LG, 에어컨 켜줘. 온도 26도로 맞춰줘”라고 미리 약속된 명령어를 말해야 했다면, AI 홈에선 “이 방 너무 더워”라고 말해도 기기가 집 안 온도를 감지해 이용자의 과거 사용 경험을 기반으로 온도, 바람세기를 설정해준다. 씽큐 온이라는 허브를 굳이 도입한 것은 확장성 때문이다. AI 기능이 없는 기존 가전도 씽큐 온과 연결되는 센서만 구입하면 새로 가전을 살 필요 없이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모션·조도 센서, 공기질 센서, 스마트플러그, 보이스컨트롤러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 8종을 연내 내놓을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씽큐 온 생태계의 확장이 목표다. 집에 LG전자 기기만 있을 리는 없으니, 다른 브랜드 가전도 씽큐 온만 있으면 연동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LG전자가 스마트홈 플랫폼 ‘앳홈’을 인수한 것도 그러한 포석이다. 앳홈은 현재 5만여종의 가전과 IoT 기기를 연결하고 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기를 연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결 뒤 고객 입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며 “AI 홈을 모빌리티, 상업 공간 등 고객이 머무는 모든 공간에 녹아드는 ‘인텔리전트 스페이스’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규모 공간을 마련했다. 생활가전만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기를 망라하는 삼성타운을 꾸렸다.
삼성전자 가전을 잇는 것은 가입자 수가 3억5000만명이 넘는 거대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다. 삼성전자가 AI를 통해 주고자 하는 경험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당신의 삶을 단순하게”로 요약할 수 있다. 기기를 사면 자동으로 스마트싱스에 연결되고, 맵뷰로 집 안 기기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리모컨을 어디에 뒀는지 모를 때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제어한다.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주방으로 이동하면 비스포크 냉장고 스크린에 직전에 보던 TV 화면이 이어 나타나게 한다.
삼성전자 역시 음성비서 ‘빅스비’를 업그레이드해 자연어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지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AI 홈의 지휘본부로 TV를 선택했는데, 음성 인식이 가능한 데다 추가 기기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구주 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AI 기술이 사람들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방형 스마트싱스 생태계와 AI 기술이 서로 연결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전시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 곳은 AI 로봇 앞이었다. 삼성전자는 공처럼 생긴 ‘볼리’, LG전자는 눈웃음이 귀여운 ‘Q9’(코드명)을 시연했다. 집 안에서 사람을 따라다니며 온갖 잡일을 대신해주는 공상 속 로봇 집사를 현실로 구현한 ‘AI 동반자’였다.
베를린(독일) |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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