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 내 대화 '맞춤형'?…"실태조사 나서야"
음성대화 수집 사례·상업적 활용 의혹 쌓여와
빅테크 기업들 모두 부인…정보인권 전문가, 조사 요구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광고업체들이 스마트 기기로 대화를 엿듣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한다는 정황 증거가 추가로 발견된 가운데, 빅테크 기업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빅테크를 비롯한 광고업체들의 음성 데이터 수집 논란이 불거졌지만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 수집과 상업적 활용을 부인해왔다.
IT전문 독립매체 '404 미디어'는 빅테크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콕스 미디어 그룹(CMG)'의 홍보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CMG의 지난해 11월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액티브 리스닝'을 활용한 표적광고 서비스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CMG는 “스마트 기기는 대화를 들어 실시간으로 고객 의도 데이터를 포착한다”며 “광고주는 이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결합해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를 타깃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료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을 고객으로 언급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던 11년 전부터 구글의 프리미엄 파트너였다”며 “아마존의 최초 미디어 파트너였고,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북 마케팅 파트너가 된 4개 회사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CMG의 프리젠테이션 서문엔 “아니요, 이건 '블랙 미러(근미래 디스토피아물)' 에피소드가 아니라 바로 음성 데이터이며, CMG는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는 대목도 포함됐다. “일상 대화에서 귀사의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잠재 고객을 타겟팅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404 미디어는 “이 자료가 공개되자 구글은 CMG를 자사 '파트너 프로그램'에서 삭제했다”고 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CMG와 광고 사업 관계를 맺어온 만큼, 이들 기업이 이용자 대화를 엿듣고 맞춤형 광고에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이 서비스 이용을 부인하고 있다. IT 전문매체 매셔블(mashable)은 빅테크 4곳에 입장을 물은 결과, 이들 기업이 이 같은 표적 광고를 위해 CMG와 협력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메타 대변인은 매셔블에 “메타는 광고에 휴대폰의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며 수년 동안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며 “우리는 CMG에 연락해 그들의 프로그램이 메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 측은 CMG의 페이스북 이용약관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 대변인은 “모든 광고주는 모든 관련법과 규정, 구글 광고정책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광고 또는 광고주를 발견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아마존 광고는 이 프로그램에서 CMG와 협력한 적이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했고,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조사 중이며 정책에 따라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의 '액티브 리스닝'을 활용한 표적광고 여부에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보도에 나온 광고 전문 업체뿐 아니라 구글과 메타도 주 수익원이 디지털 광고인 광고 업체에 해당한다”며 “이들 기업은 이용자의 음성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이용자들이 정황으로 짐작할 뿐이었는데, 음성 정보를 수집해 광고 활용해왔다는 의혹을 일정 부분 입증 또는 보완하는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폭로 맥락을 설명했다.
오 대표는 “이제 중요한 건 사실관계를 더 명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이라며 “폭로된 내용은 구글이나 메타가 아니라 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은 어떤 업체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다. 구글과 메타에서 수집 여부에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의혹에 실태 조사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메시지 등 음성 대화를 몰래 녹음한 자료를 수백 명의 계약직 직원을 고용해 문자화해온 사실이 '블룸버그 뉴스' 등을 통해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기존에 '제3자가 음성 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고, 보도가 알려지자 음성 녹취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아마존의 인공지능스피커 알렉사도 사용자 음성 명령을 녹취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도 이용자 음성을 녹취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중단을 선언했다. 2015년엔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사적이거나 민감한 대화 정보가 제 3자에 전송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생활보호정책'을 규정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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