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논란···근현대문화유산 보존 해법은?

손봉석 기자 2024. 9. 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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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성병관리소건물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 주변에 있는 1996년에 폐쇄된 건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은 미군 주둔지 주변 기지촌 여성들 성병 관리를 위해 1973년에 문을 연 ‘성병 관리소’였다. 이 건물 철거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시민단체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동두천시는 지난 6일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사업’ 관련 예산을 확보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제322회 임시회를 통해 2024년도 제2회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 예산안에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비용’ 2억 2000만원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시는 빠르면 다음 주부터 철거 업체 선정 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5일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63개 단체가 연대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철거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은 조선인 강제동원의 기록을 빠뜨린 채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에 많이 분노하고 있다”며 “우리 안의 잘못과 슬프고 아픈 역사를 지우지 않고 함께 기억할 때, 바깥의 잘못과 정의롭지 못함을 올바르게 비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옛 성병관리소 건물 내부 모습. 동두천시 제공



시민단체들은 “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을 핑계로 철거부터 밀어붙일 요량”이라며 “10여 년 동안 총 수천억 원 예산이 수반되는 개발사업에 아직껏 명확한 예산마련 방안 수립이 없으며, 옛 성병관리소가 속한 부지의 개발을 위한 설계용역 발주나 실시계획서 발표, 환경영향평가도 시행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근현대문화유산인 옛 성병관리소 철거 여부는 이러한 절차가 다 진행된 다음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두천시 측은 “해당 부지와 건물은 소요산 관광지 확대 사업을 위해 시에서 매입한 목적 재산”이라며 “목적에 맞게 철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업체 선정과 철거 설계 작업 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건물 철거 작업은 이르면 빠르면 10월쯤부터 진행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기지촌여성 생활실태 및 지원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병관리소는 한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건조물로서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보고서는 또 “도가 구입해 경기도여성인권평화박물관으로 조성하라”라는 권고안도 제시한 바 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기자회견 연합뉴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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