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모집 시작되는데… 의사들, 대안 안 내놓고 내년도 백지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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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이어진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의사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는 "2025학년도 입학 정원 재검토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일축했고, 경기도의사회도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 주장"이라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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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는 "내년 증원 백지화" 되풀이
의료계서도 "조건 없이 대화 참여해야"
의사계 대표성 두고 내부 혼란도 예상
반년 넘게 이어진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의사들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대통령실이 "2026학년도 '0명 증원안'도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만큼 의사들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합리적 대안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여야와 정부가 제안한 4자 협의체 구성의 최대 관건인 의료계 참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 철회 없이 대화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서울시의사회는 "2025학년도 입학 정원 재검토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며 일축했고, 경기도의사회도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 주장"이라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사실상 정부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2025학년도는 물론이고 2026학년도 의대 증원도 유예한 뒤 2027학년도부터 논의할 수 있다"고 역제안도 했다. "여야정의 합리적 단일안을 달라"는 요구까지 덧붙였다. 정작 의사 단체들은 의정 갈등 7개월이 된 현재까지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통일된 안을 내놓지 않았다.
일보 후퇴했어도 정부가 대안 없는 증원 무효화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9일부터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돼 2025학년도 정원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대통령실은 "2026학년도 0명 증원안을 제시하더라도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는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연일 의사들에게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정부가 그간의 강경한 입장에서 돌아서 내후년 정원 규모 재조정 가능성을 들고나온 건 의정 간 절충점을 찾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어렵사리 협상 테이블이 꾸려지는 만큼 의사들도 무조건 증원 백지화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태의 본질은 증원 숫자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신뢰가 깨졌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 변화를 보인 만큼 이제는 양쪽 모두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도 "의대 증원을 특정 직종 반대 때문에 이제 와 뒤엎는 건 국민 여론에도 어긋난다"며 "의료계가 공적 대화 채널에 들어와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다만 협의체가 구성된다 해도 어느 단체가 참여할지를 두고 내부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의협이 법정단체이긴 하지만 실질적 운영은 개원의 중심으로 이뤄져 의대 교수, 전임의, 전공의 등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의사계에서 먼저 제기됐다. 병원 단체, 의대 교수 단체, 전공의 단체, 의대생 단체 외에도 진료 과목별 단체도 많아 여야의정 협상에 나설 대표단을 꾸리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대표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의료 공백 사태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불참하면 협의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공의들은 지난 6월 의협이 대정부 협상을 위해 출범한 범의료계 협의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참여를 거부했고, 결국 특위는 한 달 만에 해산했다. 전공의 단체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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