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이 디랙스 챔피언십에 피었습니다'…장미송이, 비키니 피트니스 눈물-미소 교차한 첫 그랑프리 우뚝
[스포티비뉴스=광명, 이성필 기자] 180도 다른 피트니스의 세계라 할 만 했던 2024 디랙스 챔피언십(DRAX CHAMPIONSHIP)' 이틀 동안의 여정이었다.
8일 경기도 광명의 IVEX 하이퍼홀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에는 스포츠 모델(남, 여)과 보디 피트니스, 비키니 피트니스, 스포츠 모델(이상 여성) 부문이 연이어 열렸다. 총상금 1억 3,300만 원을 체급 4위까지 지급해 무려 68명이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4위도 소정의 상금을 받고 5, 6위는 메달을 수여해 땀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 해줬다.
전날(7일) 피트니스의 중심인 보디빌딩과 클래식 보디빌딩, 피지크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의 땀을 흘렸던 것처럼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대회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계체하며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배고픔을 참고 아름답게 만들어진 근육을 팬들 앞에서 뽐냈다.
남성이 강조됐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피트니스의 꽃'으로 불리는 비키니 피트니스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섬세함과 부드러움, 아름다움 등 모든 것이 섞여 공기를 타고 대회장 내에 퍼져 나갔다.
심사 기준도 명확했다. 화려한 동작보다는 무대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걷는 것부터 자세, 손동작, 카리스마, 리듬감 등 잘 만든 근육과 함께 표현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보디 컨디션 70%, 퍼포먼스 30%라는 큰 기준에 세부 기준들이 정리됐다. 신장 기준으로 163cm 미만, 168cm 미만, 168cm 이상으로 구분됐다.
선수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그리스 신전 위를 걷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선을 잡아가며 자신의 의도대로 보여주려 애썼다. 잔잔한 미소부터 매혹적인 웃음에 여전사 느낌까지, 그야말로 다양성의 천국이었다. 한 종목만 나와도 지치는데 강나린은 세 종목 모두 참가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반대로 첫 참가로 인한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리고 또 가려 상위 10명으로 압축해도 심판진은 아름다운 연기를 계속 요구했다. 누가 더 있는 힘을 폭발시키느냐에 달렸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중요했다. 163cm 미만은 1위 장미송이, 2위 한문희(이하 상금 액수, 200만 원), 3위 조아라(150만 원)가 이름을 새겼다. 심판진이 여러 차례 비교 심사에 불러 세세히 관찰할 정도로 수상 자격을 갖췄던 장미송이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1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울먹거린 장미송이는 "이제 울지 않기로 했다. 너무 쟁쟁한 분이 많은데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다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겨우 정리한 뒤 "제가 많이 부족하고 아직 성장할 것도 많다. 더 열심히 하고 성장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노력하겠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마음을 털어냈다.
168cm 미만 체급은 숨이 막히는 경쟁이었다. 22명은 모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자신감 넘치는 포징을 시도했다. 피해갈 수 없는 비교 심사에 팬들은 저마다 응원하는 선수를 향해 소리쳤다.
특히 몽골 국적의 히시그 하시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날 남자 피지크 178cm 이상 부문에서는 이란 국적의 모함마드 마마리가 출전해 3위를 차지하는 놀라움을 보여준 바 있다. 하시는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몸짓에는 국적 차이가 따로 없다는 것을 마마리나 하시가 모두 보여줬다.
심판진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의 연기를 확인 또 확인했다. 심판진의 각도에 따라 확인 못했던 부분이 있어 누구도 대충 보여주기 어려웠다. 규정 포즈, 비교 심사를 네 번이나 했으니 전원이 탈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순위는 정해졌고 1위 서수민, 2위 박혜연(2백만 원), 3위 정서진(150만 원) 이 영광의 맛을 봤다. 서수민은 지난해에 이어 2연속 1위다. 서수민은 "지난해 그랑프리전 시작 20초 만에 봉합이 풀려서 준우승했지만, 보완과 연습을 많이 해서 심판진이 알아주신 것 같다. 디랙스가 메인 대회다. 갈고 닦아 준비했다. 열심히 하겠다"라며 마음을 표현했다.
168cm 이상 체급에서는 1위 오지오, 2위 김윤희(200만 원), 3위 임보미(150만 원)가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쏟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첫 1위, 오지오도 "너무 행복하다. 지난해 대회를 준비하다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저의 노력에 이런 큰 결과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라고 벅찬 마음을 털어 놓았다.
최후의 승부, 그랑프리가 시작됐고 비교에 비교를 거듭한 끝에 장미송이가 웃었다. 1,200만 원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이다. 2위 서수민(200만 원), 3위 오지오(150만 원)였다.
체급 1위에서 울었던 장미송이는 활짝 웃으며 "지난해 디랙스에 나오고 싶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상금이 걸려 있고 시설이나 무대가 좋다고 그래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디랙스 참가를 생각했다. 영광스러운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가족, 지인, 선생님 모두에게 감사하다. 감사할 일만 있는 것 같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었다.
오전 가장 먼저 시작했던 스포츠 모델 부문도 근육 떨리는 열전이었다. 완성된 근육을 얼마나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잘 보여주느냐가 중요했다. 창조적인 포즈면 더 좋다. 대중적이어야 하는 모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역시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남자는 신장 173cm 미만, 178cm 미만, 178cm 이상으로 체급을 구분해 순위를 가린 뒤 1위끼리 그랑프리에서 만나 최후의 우승자를 가린다. 173cm 미만에서는 서대원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178cm 미만에서는 1회 대회 그랑프리를 차지했던 이재훈이 다시 행복감을 느꼈다.
178cm 이상은 그야말로 근육의 최후까지 봤다고 하는 것이 딱 맞는 표현일 정도로 선수들의 혼을 빼버렸다. 비교 심사를 네 차례나 할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뒷줄에 빠져 있다고 긴장을 놓지 말아야 했다. 심판진이 호명하면 자신 있는 포즈를 보여줘 '역전'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다. 오랜 논의 끝에 권용욱이 1위에 성공했다. 2022년 대회 이후 2년 만의 정상 복귀다.
이어진 그랑프리전은 자신감을 앞세운 포징이 중요했다. 마지막 집중력을 쏟았고 이재훈이 1위(1,200만 원), 권용욱 2위(200만 원), 서대원이 3위(150만 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아 이를 갈고 왔다"라던 이재훈의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소감도 남달랐다. 그는 "생중계로 어머니가 보고 있다. 감사하다. 나이가 많은 노총각이다. 어머니께 얹혀살고 있다. 인생극장처럼 다운되어 있는데 효도하고 싶다. 앞으로 잘해드리겠다"라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감정을 전했다.
여성 보디 피트니스와 스포츠 모델은 단일 체급 경쟁이었다. 깔끔한 연기가 이어졌고 1위 김고은(1,000만 원), 2위 정초리(70만 원), 3위 강나린(50만 원) 순이었다. 김고은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놀라며 얼굴을 감쌌다.
김고은은 "디랙스 챔피언십에 처음 나왔다. (지난해까지 우승했던) 강령은이 뛰는 것을 보면서 너무 예쁘고 아름답더라. 아침에 일어나 운세를 봤더니 좋다고 하더라. 좋은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경사스러운 일이 생겨 기쁘다"라며 감동을 잊지 않았다.
스포츠 모델은 보디 피트니스보다 참가자가 많아 얼마나 자신이 모델로 자격이 있는지 보여주느냐가 중요했다. 18명이 2개 조로 나눠 연기 후 모두 등장해 심판진을 향해 자신을 어필한다. 확실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포즈가 중요했다. 디제이(DJ)의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면 더 좋았다.
비교 심사로 무대 앞선에 나와도 뒷선에 있는 선수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상위 10명을 뽑고 다시 심사 후 또 비교 심사를 하는, '공정'이라는 대회 심사의 취지에 딱 맞는 경쟁이었다. 결국 1위는 정지혜(1,000만 원), 2위 소리나(70만 원), 3위 조승연(50만 원)이 올랐다.
대회 처음 출전한 정지혜는 "선수를 배려하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비치된 거울, 기구와 대기실의 선수단 대기 숫자도 제한했다. 이렇게 좋은 상을 받아서 기쁘다. 가족에게 생중계 시청하지 말라고 했다. 가족이 보고 있다는 심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집에 있는 어머니께도 말했다. 안 아프니 걱정하지 말라. 두 아들을 챙기느라 힘들었던 남편에게도 고맙다"라고 전했다. 이미 수상 전부터 울먹였던 정지혜는 소감을 말하면서도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만큼 배려받아 연기에 집중한 것이 소득이 된 대회였다는 점에서 감동 두 배였다.
공정을 앞세워 기쁨과 행복, 감동을 안긴 디랙스 챔피언십은 화려하게 마무리 됐다. 벌써 내년 대회를 기대하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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