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 거듭한 복지부…'응급실 거부' 군의관 징계 거론했다 철회(종합2보)
의협 "땜질식 명령과 협박 남발…여야정, 의료대란 해결 단일안 먼저 내놓아야"
파견 군의관 의료사고 시 의료기관이 2천만원 책임 부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김준태 기자 =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근무를 거부하고 복귀를 요청하는 파견 군의관에 대해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가 번복했다.
복지부는 8일 오후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에서 나왔던 미답변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파견된) 군의관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해서 교육과 설득을 하고, 군인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파견 군의관의 근무지 명령 위반 징계 조치와 관련해 "복지부의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군의관들은 부대 복귀 없이 파견 병원 내에서 부서 조정, 타 병원 파견 조정 등을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들은 파견 명령에 따라 해당 병원에 출근한 후, 병원과 업무조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병원 인근 혹은 개인 숙소 등에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력 부족으로 권역·지역센터를 포함한 일부 의료기관의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자 군의관 250명 등 대체인력을 순차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의료기관 5곳에 군의관 15명이 파견·배치됐다.
그러나 파견된 군의관 중 일부는 현장 경험과 진료 역량 부족 등을 이유로 복귀를 요청하며 응급실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 설명이 나온 후 복지부는 돌연 입장을 바꿔 군의관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정정했다.
복지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근무지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를 국방부와 협의하겠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와 군의관 배치와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고 있으며, 파견 군의관의 의사와 의료기관의 필요 등을 조율해 의료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향후 군의관 업무범위 등을 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과 원활하게 업무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군의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응급실 근무 명령을 내리고 저항하면 징계하겠다는 복지부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의료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늘까지도 땜질식 명령과 협박을 남발하고 있다"며 "하루마다 말 바꾸는 정부는 정신 차리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정의 단일한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파견된 인력이 응급실 진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중환자실 등에 재배치되거나 복귀를 요청하면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중수본은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문제가 있는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병원장이 응급 또는 배후진료 등 필요한 기능 유지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장이 현장에서 판단하여 응급실이 아닌 곳에 배치하는 경우 원래 있던 인력이 응급실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의관 파견은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파견된 군의관 등 대체인력은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상 책임에서 면제된다.
복지부는 "대체인력(군의관·공중보건의사)의 과실에 의한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배상책임 동의서를 65개 기관에서 중앙사고습수본부(중수본)에 지난 4월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병원의 의료사고 배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단체보험에도 가입했고, 이에 따라 청구당 2억원까지 (총 보상한도 20억) 보상 가능하도록 계약을 완료했다"며 "파견인력 과실에 의해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기 부담금 2천만원을 책임 부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5일 기준 중증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평균 88곳으로 평시(109곳)보다 크게 줄어 중증응급의료 후속진료 역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난 6일 정오에는 평균 진료 가능 기관 수가 101곳으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9월 5일 정오에는 의료기관의 한시적 사정에 의한 정보 입력과 배후진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배후진료 문제를 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진료 가능 기관 수 외에도 다각적 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배후진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대안을 모색ㆍ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파견된 군의관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아주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1명, 충북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1명"이라며 "배치 인원의 실제 응급실 근무 현황 등은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파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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