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텔레그램… ‘개인채팅 내용 보호’도 조정 시사
관리자에 채팅 관련 신고 도입
동영상·사진 익명 공유도 중지
“사기 등에 활용될 가능성 존재”
NYT “가짜뉴스 등 범죄의 온상”
당국 감시 회피 공간·기능 제공
테러리스트 등 활동 방치 지적
메신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파벨 두로프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몰린 텔레그램이 플랫폼 내 문제기능 삭제와 중재시스템 개선 등의 방안이 담긴 개선안을 공개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 앱 텔레그램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개선하겠다”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한 불법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의 감독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 있고 범죄행위 관리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두로프가 2016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자료사진 |
2016년 출시된 텔레그래프 서비스는 누구나 익명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고 동영상과 사진을 업로드한 뒤 텔레그램과 SNS를 통해 웹페이지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두로프는 “이 기능이 익명의 행위자들에 의해 오용돼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능 삭제 이유를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보안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범죄자들이 이 기능을 이용해 가짜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하거나 이용자를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 사기를 저질러 왔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이 느슨한 운영 정책으로 인해 범죄 활동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CEO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커진 텔레그램 측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두로프는 체포 후 첫 성명에서 “텔레그램의 사용자 수가 9억5000만명으로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범죄자들이 플랫폼을 악용하기 쉬워지는 성장통을 겪었다”면서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았다”고 문제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두로프는 엑스를 통해 기능 변경 등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텔레그램이 ‘무법천국’이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감독 부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지하고 있고 범죄행위에 대한 관리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두로프 체포를 계기로 텔레그램 내 불법행위의 실태는 속속 재조명되는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개월간 320만개 이상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이 메신저가 가짜뉴스, 아동 성적 학대, 테러 및 인종 차별 등 범죄 온상지로 활용됐다고 7일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에서 불법 거래를 이어갔다. 이처럼 텔레그램은 다크웹(전용 브라우저 등을 통해 접속 가능한 숨겨진 웹 사이트)의 익명성과 온라인 매장의 편리성을 결합해 ‘범죄’ 거래를 가능케 했다.
텔레그램의 약한 규제는 테러에 활발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단체들은 텔레그램에서 수십 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팔로어를 확보했다. 더 타임스가 하마스와 관련된 40개 이상의 채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이들과 관련된 채널 콘텐츠의 조회 수가 최대 10배 이상 증가했다.
텔레그램으로 인해 폭력 사태가 더욱 악화된 경우도 있다. 2021년 1월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극우 세력은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살해된 이후 발생한 극우 폭력시위도 텔레그램에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 정보가 확산되며 발생했다.
NYT는 텔레그램이 이러한 폭력 사태에도 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며 상황을 방치해 왔다고도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텔레그램 측은 정부 기관 문의에 사용되는 이메일 수신함을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 의사당 난입 사태를 조사하던 미국 하원위원회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15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정보를 요청했을 당시에도 텔레그램만 유일하게 응답하지 않았다.
서필웅·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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