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싸움장’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김유나 2024. 9. 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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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떠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너도나도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가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정치검찰 탄핵', '수시모집 폐지' 등 서울시교육감의 역할과 거리가 먼 공약이 남발되고, 과거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매수하거나 막말로 논란이 됐던 후보, 대입개편안 유출 사태 연루자까지 출마를 선언해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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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선거 출마 의사 피력 15명 달해
진보 “정치검찰 탄핵” 보수 “좌파이념 정화”
이념전쟁 비화… 도덕성 등 자질 논란도
‘수시 폐지’ 공약 진보 김경범
‘대입개편안 유출’ 원인 제공자
조전혁 前 의원 막말 파문 전력
교육계 “선거 개편 논의 시급”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떠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너도나도 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가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정치검찰 탄핵’, ‘수시모집 폐지’ 등 서울시교육감의 역할과 거리가 먼 공약이 남발되고, 과거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매수하거나 막말로 논란이 됐던 후보, 대입개편안 유출 사태 연루자까지 출마를 선언해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10월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이날 기준 15명에 달한다. 앞선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현직’ 조 전 교육감으로 집결됐으나 이번엔 9명이나 뛰어들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 참여 후보(강신만, 곽노현, 김경범, 김용서, 김재홍, 안승문, 정근식, 홍제남)들이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후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지만 선거는 이미 정치 싸움의 장이 됐다. 12년 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했던 진보 진영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약으로 ‘정치검찰 탄핵’을 내세웠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5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정치권력에 맞서 세 가지 탄핵 과제를 가지고 나왔다”며 “조희연 쫓아낸 정치검찰 탄핵, 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더 큰 탄핵’의 강으로 가는 중간심판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곽 전 교육감은 ‘더 큰 탄핵’이 대통령 탄핵이냐는 질문에 “귀가 있으시면 알아들으실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같은 날 출마 선언을 한 보수 진영의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10여년간 서울 교육은 좌파 세력에 황폐화됐다.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며 맞섰다.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할 교육감 선거가 진보·보수 이념 전쟁으로 비화된 모양새다.

진보 진영의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제시한 ‘9월 수시모집 폐지’도 논란이다. 김 교수는 “입시를 바꾸지 못하면 그 어떤 교육적 가치도 실현할 수 없다”며 “국회와 협력해 수시모집 폐지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감은 대입제도가 아닌 서울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란 점에서 공약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지역 학부모 A씨는 “교육감이 바뀌는 것도 황당한데 후보들은 서울 교육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후보자들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단일화를 조건으로 2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조 전 의원은 2022년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미친X’라고 한 녹음 파일이 공개돼 ‘막말 파문’을 빚었다.

김 교수는 지난해 ‘2028 대입개편안 시안 유출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의 ‘2028 대입개편안 시안’이 공식 발표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 논란이 됐는데, 해당 자료는 김 교수가 기자에게 받아 외부에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은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 관심이 낮아 매번 ‘세금낭비’란 말이 나오는데, 후보자들이 정치 싸움, 막말로 피로도를 더 키우고 있다”며 “교육감 선거 개편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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