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안과·성형·정형 인기?… ‘응급·수술·소아’ 포함땐 인력난 [‘여야의정 협의체’ 난항]

정진수 2024. 9. 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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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성정재영(피부·안과·성형·정형·재활·영상의학과)이 인기라죠? 하지만 인기과에도 '빈익빈부익부'가 있습니다. 바로 응급, 수술, 소아라는 키워드가 포함될 때, 순식간에 기피 분야가 되죠."

소아 성형 역시 최고 인기과라는 명성과 달리 병원에서 '돈 안되는' 기피과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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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쏠림에도 ‘풍요 속 빈곤’
‘영상중재술’ 납옷 입고 근무 등
고된 업무 탓 중도탈락자 많아
年 필요 전문의 3분의 1만 배출
병원 “돈 안 돼” 최소유지 악순환
“응급실 활용 전폭 지원 이뤄져야”

“피안성정재영(피부·안과·성형·정형·재활·영상의학과)이 인기라죠? 하지만 인기과에도 ‘빈익빈부익부’가 있습니다. 바로 응급, 수술, 소아라는 키워드가 포함될 때, 순식간에 기피 분야가 되죠.”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전체 진료과를 놓고 보면 전공의가 많아도 세부 전공에서 ‘인기 전공’으로 쏠림이 심한 진료과들이 있다. 이들 전공은 인기과에 포함돼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대표적인 것이 영상의학과 내 영상중재술(인터벤션 영상의학·Interventional Radiology)이다. 영상의학과는 대표적인 인기과이지만 영상장비로 혈관촬영을 하며 출혈 부위를 진단하고 막아주는 인터벤션은 다른 얘기다. 산후 출혈, 외상성 간손상 등 수술실로 옮기는 도중 위험할 수 있는 환자의 출혈 부위를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하게 해주는 만큼 중증, 외상, 수술 등과 연결되는 기피 분야다.

박찬용 서울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외상은 엄청난 출혈을 동반해 1분, 1초가 생사를 가른다. 인터벤션은 수술 전 환자의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빠르게 지혈해 수술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인터벤션은 방사선 피폭으로 피부암, 백내장 등이 생기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이를 피하기 위해 무거운 방사선 차폐 납옷을 입고 일해야 한다. 고된 업무에 중도탈락이 많아 최소 한 해 30명의 전문의가 계속 배출돼야 하지만 지난해 인터벤션학회 신규 회원수는 11명에 불과했다. 또 다른 인기과인 마취과 역시 마찬가지다. 소아, 심장, 폐, 이식 분야를 종사하며 대학에 남는 경우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소아 성형 역시 최고 인기과라는 명성과 달리 병원에서 ‘돈 안되는’ 기피과로 인식하고 있다.

신경과 역시 고령화에 따라 치매 분야로 가는 의료진은 늘었지만 매년 11만명씩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뇌졸중 분야에는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잦은 야간 당직 때문이다.

업무 강도도 문제지만, 이들 전공을 택할 경우 개원이 어렵다. 병원에서는 ‘돈이 안된다’며 자리를 점점 줄여 최소한만 남겨 놓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직업 불안정성’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문성남 인터벤션학회 홍보이사(광주보훈병원 부장)는 “인터벤션 등 응급·기피과에 대한 최소 인력을 병원 인증 평가 등에서 반영토록 해야 지원자가 늘어 인력에 부족함이 없게 된다”며 “또 모든 응급 관련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대기와 야간 시술 시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기피 분야는 대부분 응급을 지원하는 분야다. 이들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현재 응급실 파행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 신경과 교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힘든 것 중 하나는 모든 환자의 경중을 빨리 감별하고 적합한 치료를 즉각 시행해야 하는 것인데, 각 분야가 전문화된 임상현실에서 혼자 결정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소아과 전문의, 신경계 전문의, 일반중증내과 전문의 등 대표적인 전문 분야는 응급실 소속 인력으로 평일주간을 상시 근무하게 해 응급의학과의 진료역량을 강화시키고, 당직을 서는 배후과의 부담도 작게 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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