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펄펄 끓는 바다,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필자가 조합장으로 있는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어선들은 우리나라 어선 중 가장 큰 규모로, 모든 어선이 먼바다 근해에서 조업을 하며 우리 국민에게 양질의 수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이번 어기를 시작하며 조합원 선사마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했지만 현재는 어선들은 조업을 못하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날이 대부분이다.
지금이 한창 성어기인데도 불구하고 어선들이 무슨 이유로 조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에 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저 넓은 바다에 왜 고기가 없는걸까?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으로 바다는 현재 펄펄 끓고 있다. 그 영향으로 어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수온상승은 어획량 감소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어업에 몸 담은지 40여 년이 흘렀지만 최근처럼 수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은 처음일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바다는 31도가 넘는 고수온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전북 군산 참홍어 위판량(1489t)이 흑산도 홍어로 유명한 전남 위판량(639t)의 배 이상을 기록하며 군산이 새로운 홍어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또한, 해마다 평균 10~20t씩 잡힌 동해 꽃게가 지난해에는 130t으로 급증했다. 동·남해안 일대에서는 그물을 들어 올리지도 못할 만큼 해파리가 쌓이면서 그물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제주와 서·남해안은 30도가 넘는 고수온에 양식장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등 고수온으로 인한 어종의 서식지 변화와 어민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한반도 해역의 해양온난화 경향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뚜렷한 예방 방법이 없기에 어업인의 근심은 날로 더 커져가고 있으며 그저 애만 태우고 있을 뿐이다. 몇 년전부터는 어업 생산량이 연간 100만t 밑으로 떨어지더니 아직도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오징어 조기 등 어획량은 이미 반토막이 났다. 수요에 비해 수산물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수산물 물가가 급등하면서 ‘피시 플레이션(Fis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해결 방안은 거의 전무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업인에게 돌아가고 있다. 바다 환경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계속해서 변화하며 어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육지에서의 정부 대응은 신속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아직도 70여 년전 제정된 낡은 법의 틀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변화에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양·수산 전문가들의 제언에 귀 기울이고 대응 방안에 필요한 입법과 정책으로 어업인에게 희망을 안겨주어야 하지만 항상 땜질식 처방만 있을 뿐이다. 현장의 어업인들 목소리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수산인 100만 명과 전국 91개 회원조합, 조합원 15만 명을 대표하는 곳, 어업인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수협중앙회 역시도 마땅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대책본부를 통해 피해 어업인에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복구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는 양식업에 한정되어 있으며 연근해 어선업을 영위하는 어업인을 위한 지원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어업인을 대표하는 가장 큰 기관인만큼 어업현장의 목소리를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에 정확히 전달해 대책 방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회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먹거리 역시도 어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정책을 보면 바다의 중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에 긴장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과연 얼마나,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정부와 어업인 모두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때 비로소 바다와 수산업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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