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역할

김성환 작가·‘김성환 독서교육’ 대표 2024. 9. 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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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작가·‘김성환 독서교육’ 대표

빛이 있으면 어둠이 존재한다. 과학의 발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예상하지 못한, 혹은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유발한다. 최근 이슈화된 딥페이크도 그러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이미지나 오디오를 조작해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가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최근 한 기업은 이 기술을 활용해 죄수복을 입은 독립운동가 87명의 모습을 한복으로 바꿔 죄인이 아닌 영웅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해당 영상은 현재 500만 뷰의 조회 수에 육박하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빛은 금세 희미해졌다. 지난 21일 한 중학교에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음란물 범죄가 발생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같은 학교 학생의 얼굴에 다른 신체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전에도 딥페이크와 관련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와 관련한 수많은 기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사람들의 손과 입을 타고 널리 퍼졌다. 관련 기자회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는 총 527명이며, 그중 315명이 10대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특히 대중이 주목한 이유는 가해자의 연령대 때문이다. 가해자 120명 중 무려 91명이 10대였다는 점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건넸다.

이와 관련해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는 딥페이크 대응 전담팀을 조직했으며, 내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총예산을 올해보다 약 3억 원 늘린 50억 7500만 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통합지원 제공처를 늘리고,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디지털 윤리와 관련된 문제는 꽤 오래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청소년의 비중이 늘면서 청소년은 디지털 분야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 더욱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집에 불이 났기에 일단 불은 끄고 봐야 하는 만큼 처벌 기준과 수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후(後) 처벌에만 의존하기보단 선(先)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동시에 개인의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청소년에게 디지털 범죄의 매개체가 되는 스마트폰, 온라인 등과 무작정 멀어지라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문학은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문학은 상상의 바다이다. 그 속에서 헤엄치며 우리는 공감이란 영역에 발을 내딛게 된다. 공감이 없는 문학 읽기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인물이 마주한 상황에 깊게 대입할수록 문학의 숨겨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학습하게 된다. 청소년들이 디지털 범죄에 물드는 데는 공감의 결여가 큰 영향을 미친다. 각종 범죄와 공감의 척도는 오래전부터 깊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디지털 범죄는 대상을 눈앞에 마주하는 행위가 단절되기에 죄책감에 대한 인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타인의 감정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니 자신의 행위가 폭력이 아닌 일종의 놀이이자 장난으로 한정될 수 있다. 놀이와 장난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단어인 만큼 이를 부정으로 여기는 어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2023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2021년 대비 학생의 독서율은 5.7% 상승했으며, 독서량은 1.4권 증가했다. 다만 이는 평균의 함정이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실제 현장의 청소년 독서 실태는 데이터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독서 시간을 아껴 학업에 매진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책을 보는 아이 중에 다수는 차후 진학을 위해서이고, 여기에 문학은 차차선에 가깝다. 물론 문학이라고 하여 공감을 필수로 불러오지 않으며, 공감력이 높다고 해서 범죄와 손이 닿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공감과 멀어지는 세상은 상온에 오래 놓아둔 식빵처럼 삶이 퍽퍽해진다는 것이다. 올바른 문학 읽기는 아이들을 둘러싼 어둠을 걷어내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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