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분 조절 등이 전공의 복귀 명분” 정부 결자해지 촉구

김진룡 기자 2024. 9. 8. 18: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정갈등 200일 긴급진단 <중> 지역 의료계 목소리

-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공동 목표로
- 양측 양보없이는 사태 해결 불가능 강조
- 해운대백병원장 “서로 신뢰 회복 최우선”
- 대학병원 간호사 “오히려 업무 원활해져”
- 의대교수 전문의와 직접 소통 장점 언급

의료현장의 중추 역할을 하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면서 의료 현장을 떠난 지 200일이 넘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환자와 가족은 물론 국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지역 의료계는 의정 갈등 장기화의 원인을 제각각 분석하면서도 양측의 양보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침으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지난 7일로 200일이 넘었다. 사진은 지난주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응급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김성수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장은 8일 국제신문 취재진에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가 의료진 부족으로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고, 교수진은 과도한 진료 업무로 탈진이 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떠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병원 경영이 상당히 어려워져 적자가 계속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학병원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와 중증환자의 마지막 보루로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중요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김 병원장은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며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진 부산시의사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와 타협 없이 의대 증원을 강행했고, 의술을 배우겠다는 청년들이 의료계의 암울한 미래를 예측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초래됐다”며 “국내 의사 배출 시스템이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의대 교수의 수업 외에도 1~2년 터울의 선후배 사이에서 전수되는 의료 기술이 끊기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태가 오랫동안 이어진 것은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 등 개개인이 평생을 이곳에 못 바치겠다면서 떠난 것”이라며 “결국 이 사태를 만든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훈 미래어린이병원장은 “이달 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면 수련과 학사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해 내년에 정상적으로 의사를 배출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시작한 개혁인 만큼, 정부가 내년은 어렵더라도 2026년도 의대 증원분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확실한 복귀 명분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대학병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인 박종호 부산시병원회장은 “2000명이란 의대 증원 규모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해 조정해야 한다. 또 필수의료 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중환자 치료 등의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로 인해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가 인상뿐만 아니라 보상과 지원도 확실하게 정부가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작금의 상황은 단순히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돼 온 문제들의 결과다. 대학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지 않고 외연 확장에 힘을 쏟아 온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간호사들은 입장이 달랐다. 전공의 이탈로 오히려 업무가 더 편해진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모 대학병원 A 간호사는 “전공의와 일할 때보다 의대 교수인 전문의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 업무가 더 편해졌다. 전공의와 일할 때는 구두 지시는 기본이고, 처방권의 많은 부분을 간호사가 대신 처리했다”면서 “이렇다 보니 교수의 회진이 있을 때까지 일이 밀리는 경우가 잦았다. 전공의와 달리 교수는 구두 지시 없이 처방을 바로바로 내줘, 환자의 불만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간호사는 “간호법 제정 때 등 직역 수호를 위한 의사 집단의 대응에 환멸을 느꼈다. 정부가 이왕 칼을 빼든 만큼 의료 개혁을 완수했으면 좋겠다. 의사 인력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