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책사’ 설리번 방중이 남긴 것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7~29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과 ‘전략 소통’을 진행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장유샤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회담했고, 시진핑 국가주석도 면담했다. 양쪽은 몇 주 안에 정상 간 통화를 하기로 했고, 오는 11월 브라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기회도 논의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첫째, 미·중 관계가 긴장되고 미국 대선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전략 소통은 양쪽의 오판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이틀 동안 여섯 차례, 11시간 동안 전략 소통을 했고, 양쪽은 과거에도 오스트리아 빈, 몰타, 타이 방콕 등에서 소통하고 양국 관계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해왔다. 또 설리번 보좌관이 장 부주석과 회담하고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군사 소통, 남중국해, 대만해협, 마약 퇴치 등에 관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미국이 대선 전까지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려는 의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 시 주석은 설리번 보좌관에게 “중국의 대미 정책은 높은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의 대미 정책은 변하지 않지만, 미국은 정당 교체 혹은 당내 대통령 교체에 따라 대중국 정책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번 설리번 보좌관 방중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그 연속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은 대선 기간 중국이 민주당 정부에 어려움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내 경제 및 마약 문제 등 해결에 있어 중국이 적극 협조해 미 대선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의도도 담겨 있다.
셋째, 미·중 간 가장 핵심적인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조했고, 미국은 전쟁 위험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부주석은 미국이 대만과의 군사적 연계를 중단하고 대만을 무장시키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쪽 발표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대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고, 양쪽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요성 및 우려’만 언급됐다.
마지막으로, 미·중은 최근 기술 갈등, 대만해협 문제 등으로 언쟁을 벌이고 있지만, 설리번 보좌관과 중국 쪽의 ‘전략 소통’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장 부주석과의 만남은 양국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들에 잠시 안도감을 줬다. 그러나 회담 직후 중국 인민해방군은 ‘합동 전투 준비 순찰’을 계속했고, 군용기가 여러 차례 대만 공역에 접근했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 필리핀 주변 해역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양쪽 소통이 위험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중국은 전략적 자주성을 고수하고 주권·안보·발전이익 등 핵심 이익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을 보여준다.
11월5일 열리는 미국 대선은 양당 후보의 대외 정책 및 동맹국들과의 신뢰 관계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어, 선거 결과가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긴장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 그의 방중은 미국 대선과 관련해 베이징과 워싱턴이 일시적인 합의에 도달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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