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와 시도] 캔버스는 좁고 갑갑해서…큰 이불 가득 압도하는 방정아의 시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17일 시작해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2024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는 62개 팀 78명이다.
"큰 작업은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전시 공간이 컸는데, 그땐 그냥 잘해보고 싶었고 뭔가 임팩트를 주고 싶었어요. 눈에 띄어보자 싶어서 초대형 작품을 해봤는데, 그림 자체가 커지니 효과가 달라지더군요. 더욱 몰입하게 되고, 작업 과정을 공유할 수도 있어요. 작품이 커지니 필치도 다 보이는데 '분홍 위에 초록을 덮었네?' 이런걸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부산현대미술관에 작품 전시 중
- 바닥부터 천장까지 걸쳐진 그림
- “세상 망하는데 보존성이 다 뭐야”
- 여름용 홑이불을 캔버스로 활용
- 사회 부조리·편견을 비판해 온
- 깊고 날카로운 사유 선명한 전시
지난달 17일 시작해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2024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는 62개 팀 78명이다. 이 가운데 부산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이들은 있을 테지만,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해 온 ‘찐’ 부산 작가를 꼽으면 방정아 김경화 딱 2명으로 압축된다.
지난 4월 공개된 1차 참여 작가 리스트에서부터 등장했던 방정아(56) 작가를 지난 6일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났다. 비엔날레 거점 전시관인 현대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세 점이 걸려있다. 마침 지난달 독일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기에 근황이 궁금했다.
그가 이번 비엔날레에 내놓은 작품은 형태 면에서 아주 신선하다. 전시관 천장을 뚫고 올라갈 만큼 큰, 초대형인 데다 3점 중 2점은 삐뚤빼뚤한 천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 독일에서 펼친 개인전 ‘빛나는 핵의 바다’에서 선보인 작품도, 지난해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열었던 개인전 ‘죽는 게 소원인 자들’ 작품 역시 한쪽 벽은 거뜬히 채울 만큼 크고, 형태가 정형화되지 않은 것이었다.
“큰 작업은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전시 공간이 컸는데, 그땐 그냥 잘해보고 싶었고 뭔가 임팩트를 주고 싶었어요. 눈에 띄어보자 싶어서 초대형 작품을 해봤는데, 그림 자체가 커지니 효과가 달라지더군요. 더욱 몰입하게 되고, 작업 과정을 공유할 수도 있어요. 작품이 커지니 필치도 다 보이는데 ‘분홍 위에 초록을 덮었네?’ 이런걸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우연하게 다가왔던 그 도전은 2021년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 선정을 계기로 ‘필연’이 됐다.
“지원금이 넉넉해서 평소 못 해보던 걸 해볼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도 크게 그렸는데,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캔버스라는 정형화된 틀을 벗어 던진 것도 그 즈음부터다. 방 작가는 한복의 천이나 이불, 폐현수막, 커튼을 제멋대로 깁고 이어 캔버스로 쓴다. 비엔날레에 걸린 작품 2점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공수한 여름용 홑이불에 그렸다. 그는 “캔버스조차도 갑갑했다. 세상이 망해가는데 때깔 나고 보존성 좋고 그런 거 자체가 내게는 의미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색깔이나 무늬가 있는 천 위에 새로운 이미지를 얹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 방 작가는 이에 대해 “생각보다 재밌다”고 했다.
“튀어나온 천이 ‘전개도’ 같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어 그럼 접어봐도 되겠네?’ 싶더라고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서 작업 자체가 설치 개념의 회화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언제든 변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작품 속에 늘 ‘지금, 여기’ 문제를 녹여 넣었던 그는 지금도 사회 병폐를 작품 속에 담는다. 독일에서는 핵을 주제로 전시를 벌여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수영복 입은 여성의 모습을 한 나한(羅漢)을 등장시키면서 고정관념을 깼다. 이처럼 ‘변화’가 재밌고 즐겁다는 그의 다음 작품은 어디와 맞닿아있을지 궁금했다.
“핵 이슈는 앞으로도 여전히 다룰 주제이고요. 내년엔 불과 물을 주제로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복숭아는 겉은 무르지만 씨는 단단하고, 선인장은 겉은 뾰족하지만 안은 말랑합니다. 모든 사물은 반대 속성을 갖고 있는 거죠. 불과 물 역시해석 여지가 많은데 그 주제로 재미난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그렇다고 전혀 엉뚱한 개념으로 흐르는 건 아니고 지금, 여기라는 현장성에서 시작해 그 개념을 찾아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인터뷰에 같이 왔던 제이작업실 제이스 실장은 “방 작가 원래 물불 안 가리잖아요”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의 새로운 작품이 더욱 기다려진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