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모더니즘 시인들, 치열한 시세계를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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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닐 경우'(호밀밭 펴냄)는 김수원(사진) 시인이 쓴 시 평론집이다.
김 시인은 이 책 부제 앞에 "부산 모더니즘 시인들의 자취를 끌어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치열하게 사유하고 예민하게 언어를 택하며 남과 다르게 쓰려는 투지로 가득한 부산 모더니즘 시인 여러 명의 작품 세계를 한 권으로 접하는 문학서로 이 책은 다가왔다.
김 시인은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고, 책 낸 이력을 살피니 이번 시 평론집은 그의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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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닐 경우’(호밀밭 펴냄)는 김수원(사진) 시인이 쓴 시 평론집이다. 김 시인은 이 책 부제 앞에 “부산 모더니즘 시인들의 자취를 끌어안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치열하게 사유하고 예민하게 언어를 택하며 남과 다르게 쓰려는 투지로 가득한 부산 모더니즘 시인 여러 명의 작품 세계를 한 권으로 접하는 문학서로 이 책은 다가왔다. 김 시인은 202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등단했고, 책 낸 이력을 살피니 이번 시 평론집은 그의 첫 책이다.
책 제목 ‘‘아무것도 아닐 경우’는 시에 관한 저자의 절실한 사유와 관련이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의 생각에 다가갈 만한 대목을 살펴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난한 형편을 나아가게 만들지 않는다. 죽은 피붙이를 되살리지 못하며, 미래를 꿰뚫는 예지력은 더욱 없다. 다만 곁에 있을 뿐이다. …” “시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혹자는 잡히는 게 없다고 여긴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의미가 있다는 믿음이 독자의 입장에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을 터, 이 책이 그 간극의 징검다리 역할이길 기대한다.”
어떤 장르의 시는 일상생활·실생활 같은 익숙한 감각 세계에 대놓고 딴지를 걸고 엇나간다. 이른바 모더니즘 시 또한 그런 경향이다. 이게 ‘실생활’에 소용은 적지만, 더 큰 차원과 아예 다른 방향을 향해 새로운 시각을 활짝 여는 역할은 한다. 아마, 저자는 이런 시의 이중성을, 요령부득이되 어디선가는 탁 터지는 효능감을 느낀 진지한 ‘시 독자’로 보인다.
이 책 덕분에 부산 모더니즘 시인의 작품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가 꼽아서 책에서 평론한 시인은 다음과 같다. 이기록 안민 양아정 박서영 송진 안차애 김사리 박길숙 강미영 권정일 석민재 유지소 박춘석 신정민 정안나 채수옥 김예강 전다형 유진목 박영기.
이기록 시인 시집 ‘소란’을 다룬 ‘슬픔을 슬퍼하는 동안’에서 저자는 이태원 사태나 세월호 침몰 등 상실과 사라짐, 커다란 상처를 세심히 읽으며 “시인은 누군가 잃어버린 것을 능숙하게 찾는 눈을 가진 듯하다”고 평한다. 권정일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를 담은 글 ‘정밀하게 이웃’에서는 권정일의 예민한 감각·언어에 담긴 생동감과 리듬감을 눈여겨본다. “(권정일 시집은) 요일을 무너뜨리고 순서를 흐트러뜨리고 균형을 밀어내고 중심에서 멀었다.”
채수옥 시인의 시집을 평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의 눈은 늘 일상 너머를 살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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