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증원 백지화 재차 요구…‘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첩첩산중

허인회 기자 2024. 9. 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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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2027년 의대 증원부터 재논의하는 게 바람직”
‘2026년 증원 유예안’ 저울질하던 정부여당과 시각차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의료대란을 해결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난항에 빠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 계획 백지화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2026년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재검토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정부와 여당과 시각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의료계가 강경 일변도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정 협의체'가 시작도 전에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8일 의협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급하게 늘리는 것은 문제고, 정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면 2027년이나 그 이후부터 증원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되면 적절한 의대 증원 숫자를 논의하게 될 것인데, 논의 결과가 입시에 반영되려면 2025년과 2026년 증원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2027년 이후부터 재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026년은 물론 2025년 의대 증원까지 백지화해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정부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의협 측 요구에 대해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당장 내일이 2025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라며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에 따르면, 전국 의대 39곳 등 일반대 190여 곳은 예정대로 오는 9일부터 2025학년도 대학입학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의협 측 요구에 정부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를 제외한 여·야·정 협의체가 우선적으로 출범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8월3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단식 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잠시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의료계 의견 제시 없으면 논의 불가"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2026학년도 의대증원 문제는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것보다 그 안(2026년 증원 유예안)도 포함해서 다 논의하겠다"고 설명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유예안까지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만에 다시 분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 보도된 2026년 의대증원 유예 결정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갖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정부는 제로베이스에서 재논의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라며 "의료 인력 수급 체계는 국민연금처럼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하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 추계를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의체 구성부터 삐걱…한동훈, 묘수 있을까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초를 치고 있다"며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어제 여야의정 협의체와 증원 재논의가 2026년 증원 유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본격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다던 전날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을 놓고 정부는 또 오락가락"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025년 의대 정원 조정 문제도 포함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6일 "필요하다면 폭넓게 논의해야 된다"며 "2025년도 의대 정원 규모도 논의에서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고 2026년 증원 규모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2025년 의대 정원은 이미 끝난 문제"라며 "9월9일부터 수시 신청이 들어가고 있고 법원에서도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일단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에 협의체 구성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계가 구성도 시작하기 전에 조건을 내걸고 나왔고, 대통령실은 논의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협의체 구성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결국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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