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속터지는 AI 응대에 상담원 역할 더 중요"… AI로 상담사 훈련 돕는다
쏘카인드 롤플레이 훈련방식 도입해 교육비 50% 이상 절감 효과
CRM 업체·글로벌 통신사와 손잡고 연내 본격적 기술실증 목표
배수정 크디랩 대표
서비스직에서 고객상담은 이용자와 소통하는 최전선이다. 기업의 이미지나 매출과도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기도 하다. 불친절하거나 불쾌한 경험을 누린 소비자는 기업에 등을 돌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담원의 목소리나 표정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정량화하기 어렵다 보니 여전히 전통적인 매뉴얼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같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기업의 고객상담을 인공지능(AI)으로 코칭해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고객상담 교육 AI 서비스 '쏘카인드'(Sokind)를 제공하는 크디랩이다.
10년 넘게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은 배수정(35·사진) 크디랩 대표는 앳된 모습에도 새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성격유형지표 'MBTI'에서 ISFP인 모험가 유형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CJ올리브영에서 손님을 가장한 매장 조사원인 '미스테리 쇼퍼' 경험을 쌓은 데 이어 여행 스타트업 창업 멤버로 4년간 기획부터 마케팅, 영업관리까지 전사적인 업무를 담당했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한류 열풍이 불었던 당시 '넌버벌 퍼포먼스(대사 없이 몸짓과 소리로만 하는 공연)' 팀에서 티켓 바이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미스테리 쇼퍼 관리 경험은 기업들이 서비스 품질 관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평가 시스템이 기업 운영에 필수적이라는 부분을 깨달은 계기가 됐어요. 이런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서비스 교육, 품질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AI 기술을 활용한 쏘카인드 개발의 초석이 됐어요. 아이디어 구성만 1년6개월, 꼬박 2년을 개발했죠."
배 대표는 창업 멤버로 시작한 여행 스타트업 트래블오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스타트업 운영 전반에 대한 감도 익혔다. 지난 2021년 1월 법인 설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선 배 대표는 따뜻하고 친절한 응대를 바라는 마음에서 '쏘카인드'(매우 친절하다)라고 서비스명을 정했다. 쏘카인드는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얼굴인식 등 AI 기술을 활용해 대화 내용뿐 아니라 표정이나 자세와 같은 비언어적인 부분도 분석해 서비스 직원의 소통 능력을 코칭해준다. 6만 건 이상의 산업별 상담 음성 데이터와 42만 건의 감정 인식 데이터셋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쏘카인드 서비스는 PC나 앱에서 엔드유저들이 쉽게 접근을 해 말하기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얼굴에는 7가지 표정이 있는데, 가령 긴장을 하면 시선이 불안정해지는 부분을 잡아내 디테일하게 분석하죠.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데이터화 해 알 수 있어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상담원들도 '밤에도 혼자 편하게 교육을 받고 제출해 편리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모호한 지시가 아니라 정량화한 데이터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어 색다르고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죠."
특히 대고객 상담이 필수인 통신사와 금융·보험사가 주요 고객사다. 각 기업별로 최적화한 AI 기획으로 비대면 고객 접점인 콜센터와 채팅상담 인력 응대 품질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감나는 고객 역할 구현을 위해 고도화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하고, 업종·기업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특화 데이터셋도 가공하고 있다.
"SKT의 경우에는 전국 고객상담을 담당하는 고객센터 교육생이 객관적 평가와 효율적 교육 기능 활용, 교육 흥미 유발 등 긍정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한 손해보험사에서는 쏘카인드 사용자 그룹의 영업 실적이 비사용 그룹과 비교해 40%나 높게 나타나기도 했죠. 기존 방식에서 쏘카인드 롤플레이 훈련 방식을 도입한 것만으로도 기존 교육 대비 50%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습니다."
배 대표는 최근 통신사를 중심으로 AI를 접목한 AICC(AI콜센터)가 가속하는 상황에서 향후 AICC 시스템과 연계해 고객 유형별 맞춤 화법을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상담원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도 결국 인간 상담원의 역할은 더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AICC가 상담원의 응대를 돕는 역할이라면, 쏘카인드는 상담사들 자체 인지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초기 대응은 AI가 하더라도 복잡한 문의는 결국 인간 상담원에게 연결되죠. 오히려 현장에서는 인간 상담원들이 답답한 AI 응대를 거쳐 격양된 고객을 상대해야 해 고강도 노동에 직면한 만큼 설득하는 힘을 기르는 전문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모험가 성향답게 배 대표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상담사 교육뿐 아니라 인사관리(HR) 기술 시장에서도 직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 솔루션을 제공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서울형 R&D' 지원사업도 수주했다. 지난 2월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SKT의 지원을 받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부대행사인 '4YFN'에 부스를 꾸려 참가하기도 했다.
"부스를 방문한 글로벌 통신사, 솔루션 공급사들이 언어, 비언어, 반어어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동시에 분석하고 피드백한다는 점을 신기해하더라고요. 유럽에서도 불친절 등 상담사들의 문제가 많다고 하고요. MWC 참가를 계기로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논의하고 있고, 세일즈포스와 같은 영업 고객관계관리(CRM) 업체, 글로벌 통신사들과 손잡고 연내 본격적인 기술실증(PoC)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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