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국 이익균형 무너뜨린 윤석열식 대일외교 오래 갈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한국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오는 27일 퇴임하는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12번째이자 마지막인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제3국에서 전쟁·분쟁 또는 전염성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에 협력하는 ‘재외국민 보호협력 각서’ 체결, 출입국 간소화를 위한 사전입국심사제도 협력 모색 등에 합의했다. 일본은 기시다 총리 방한 전날 1945년 8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조선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이를 한·일 개선의 성과로 볼 수 있을진 의문이다. 출입국 간소화는 일본 주요 공항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려는 일본 측 요구가 작용한 것으로, 내년 대만에도 도입된다.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도,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 정부 요청에 “명단이 없다”고 부인하다 최근 일본인 승선자 유가족들의 정보공개 청구에 보관 중인 명부를 공개한 뒤에야 준 것이다. 일본은 79년간 자료를 은폐한 것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마땅하다.
3주 뒤 물러나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 것은 재임 시 대한국 외교 성과를 국내에 과시하고 싶은 이유가 컸을 것이다. 그가 성과라고 내세우는 일들은 윤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한·미·일 군사협력 제도화를 밀어붙였다. 일본은 한국의 호의에 화답하기는커녕 핵 오염수 방류, 라인야후 사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 자국의 이익만 챙겼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용인했다. 양국 간 이익균형이 일본으로 기울었고, 한국민의 존엄은 훼손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 인사들을 기용하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익균형이 일본에 쏠린 윤석열식 대일외교는 오래 갈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려면, 한국은 일본에 ‘물잔의 나머지 반’을 채우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해야 하고, 일본은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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