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발달장애와 정신과 약물 치료의 중요성
발달장애는 뇌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능적 장애로, 지적 발달과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군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지적장애, 학습장애, 언어지연, 언어장애 등이 포함된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복합적인 경우도 많다. 발달장애는 종종 생애 초기부터 인지되지만, 그 증상과 특성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한방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타 기관에서 ABA 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훈련, 놀이·작업치료 등을 매일같이 지속했지만, 수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도 본원에 내원해 지능검사를 받았을 때 2-3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능이 오히려 떨어진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럴 때 부모님은 매우 당황해한다.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퇴보했거나 제자리걸음하고 있어서 얼마나 난감한가? 키로 비유하면 환아의 키는 컸지만 동일 기간 상대적으로 다른 아이들의 키는 더 큰 것이다.
같은 학교·학원을 다녀도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달라지듯이 그 사람의 컨디션(집중력·의욕·자신감·흥미·불안 등)이 좋아야 개개인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신과에서 장애 진단만 받고, 심리치료(언어치료 포함) 정도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에게 우울, 불안, 집중력 부족, 자신감 결여, 흥미 부족, 의욕 저하, 공격성 등의 문제가 있으면, 이건 아이가 지속적으로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기침·콧물이 있는 상태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당연히 입맛이 떨어지고 활동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감기약을 먹고 열이 떨어지면 식욕·활동·학습·친구 문제가 일거 해결되지 않는가? 이같은 개념으로 정신과 치료를 통해 우울, 불안, 집중력, 자신감, 흥미, 의욕, 공격성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이는 감기가 나은 것처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발달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열이 있는 상태에서 교육, 훈련 등을 해준 것과 같다.
아이의 증상에 맞게 정신과 치료를 하게 되면서 지금껏 1-2년간 치료하면서 일어났던 일들이 1-6개월 사이에 변화가 많이 생긴다. 발달의 속도가 매우 가팔라진다. 치료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명의를 찾는 것처럼, 이 부분이 치료율과 호전율을 결정한다. 아이에 맞는 약물치료와 뉴로모듈레이션을 적절하게 해줘야 나아진다. 아이가 나아지면서 부모님 표정이 변하고, 부모의 우울·불안을 치료하면서 부부사이, 부모자녀 사이가 개선되고 서로 선순환을 시킨다.
우리가 외국에 처음 나가 그 나라 언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적극적·긍정적인 외향적 사람과 소극적·부정적인 내향적 사람 중에 누가 언어를 빠르게 배우겠는가? 이렇듯 언어발달지연이 있을 때 아이의 우울·불안성향을 조절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집중력이 없고 충동조절이 안되는 언어지연 환자는 집중력과 충동성을 같이 조절해줘야 한다. 그래야 언어치료시간 혹은 일상이 언어발달을 촉진시킨다.
종종 정신과 약물치료가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사실 약이 시판됐다면 효과는 물론이고 안정성은 입증된 것이다. 개개인별로 부작용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서 바꿔야 하고,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발달장애는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문제지만,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약물·행동·심리 치료 등이 적절히 조합될 때,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관리하고, 더 나은 적응을 할 수 있다. 특히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수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발달장애와 관련한 정신과적 치료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김준호 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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