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칼국수·밥과 먹어도 '두루두루' 맛있는 지역 대표 음식
가격 저렴해 애주가들 술안주로 제격
원도심·신도심 곳곳 유명한 곳 많아
콩나물밥·탕집도 시민들 큰 사랑받아
대전의 대표 음식 중의 하나가 두부두루치기이다. 다이닝코드에 '대전 두부두루치기'를 검색하면 258곳이 나온다.
두부두루치기는 덤덤하고, 튀지 않고, 두루두루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두루치기로 배를 채우기도 하지만 대개는 칼국수나 밥과 비벼 먹는다. 애주가들의 술 안주로도 제격이다. 값도 비싸지 않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가히 두부두루치기를 대전의 대표 음식으로 손꼽을 만하다.
두루치기가 어떤 음식일까? 음식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두루치기는 두부나 고기(돼지고기)를 야채와 섞어 양념을 한 채 볶다가 육수를 넣어 적당히 끓여낸(졸여낸) 음식을 말한다. 육수는 대개 멸치국물을 사용한다. 자박자박 물기가 꽤 있다는 점에서 볶음이나 조림과는 다르다.
주 재료는 두부와 돼지고기, 오징어 등이 있는데,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는 두부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두부와 오징어를 섞은 두루치기를 파는 집도 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는 드물다. 호남이나 영남,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쓰는 것과 대조된다.
□ 원도심에서 생겨나 서구 유성구 신도시로 확산
두루치기는 주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두부+야채, 오징어+야채, 돼지고기+야채를 볶은 뒤 육수를 부어 끓인 것이지만 야채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대파와 당근, 양파 등이 조금 들어갈 뿐이다. 다른 음식에 비해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다소 많이 들어간다. 마지막에 부추를 얹어 주거나, 참깨를 뿌려주기도 한다.
대전의 두부두루치기는 십중팔구 칼국수와 짝을 이룬다. 어느 식당이든지 두루치기 한 가지만 파는 식당은 거의 없다. 두루치기 하나로 식사를 하거나 회식, 술자리를 하기에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두루치기와 칼국수를 비벼 먹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 칼칼하고 짭짤한 두루치기와 부드럽고 슴슴한 칼국수의 궁합이 잘 들어맞는 것이다.
칼국수 전문 식당에서도 두루치기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두루치기 식당에서 칼국수를 팔고, 칼국숙숫집에서도 두루치기를 파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명 두루치기식당이 곧 유명 칼국숫집은 아니다. 대전 사람들은 유명 칼국숫집과 두루치기집을 잘 구분한다.
두부두루치기는 어떤 경로로 어째서 대전의 얼굴이 되었을까?
대전의 두루치기는 원도심 중구와 동구에서 시작되고 퍼졌다. 대전역에서 중앙로에 이르는 지역은 과거 충남도청과 대전시청, 법원, 검찰청, 백화점, 중앙시장 등이 있는 관가와 상권의 중심지였다. 당연히 음식점들이 많았고, 온갖 종류의 먹거리가 등장하여 성장, 발전했다. 대전의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는 원도심에서 비슷한 경로를 거쳐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가 오래된 두부두루치기 전문 식당은 '00식당'이나 '00집'이라는 상호를 쓴다. 칼국수 맛집에서 두루치기를 겸하는 곳은 대개 '00칼국수'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렇다고 해서 칼국숫집의 두루치기 맛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문난 칼국수맛집은 두루치기도 맛이 있으니까...
대전 두부두루치기의 원조는 중구 대흥동의 진로집으로 알려졌다. 이 식당은 60년대 초 장사를 하면서 생두부를 데쳐서 팔았는데,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걸쭉하게 양념을 하기 시작한 게 두루치기의 시초라고 한다. 이 메뉴가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 비슷한 가게가 등장했다. 광천식당과 청양식당 등이 이 무렵 생겨났다고 한다.
□ 두루치기+칼국수 찰떡 궁합, 칼국숫집서도 팔아
두부두루치기를 처음 시작한 진로집은 지금도 '대전 두부두루치기의 원조맛집'을 자랑하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2011년에 대전시 인증 전통업소, 21년에는 중소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64년 창업을 했으니 올해가 60년이 되는 셈이다. 이집 두부두루치기는 감칠맛과 깔끔함이 돋보인다. 고추씨와 멸치를 넣어 끓인 국물에 두부를 담가 맛이 배게한 탓으로 적당히 달달하고 매콤하다. 두부두루치기와 두부+오징어두루치기가 있으며, 중간매운맛과 매운맛 2종류를 판다.
중구 선화동의 광천식당도 1977년부터 영업을 해온 두부두루치기 맛집이다. 이집 두루치기는 칼칼하고 매운 게 특징이다. 큼직큼직하게 썬 두부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파와 마늘, 당근 등을 넣은 두루치기가 입맛을 당긴다. 오징어두루치기와 수육도 판매한다. 광천식당은 두부두루치기 1만원, 오징어두루치기 1만2000원, 칼국수 4500원, 면사리 1500원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예전에는 대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었는데 요즘은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동구 중동 대전역 앞의 별난집도 빼놓을 수 없는 원도심 맛집이다. 평안도 출신 창업자가 1972년부터 한 곳에서 영업을 해왔다고 한다. 이 식당은 메뉴판에 두부두루치기와 녹두지짐 2가지만 써 있다. 두루치기와 녹두전만큼은 자신 있다는 말인 듯하다. 어렵던 시절 녹두전에 간소하게 양념을 한 두부두루치기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두루치기는 북어와 양파를 삶아 육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막걸리와 병막걸리도 판다.
두부두루치기 전문식당 외에도 두루치기를 겸하여 파는 칼국숫집도 많다. 칼국수를 팔지만 맛있는 두부두루치기와 오징어두루치기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동구 성남동의 경동오징어국수, 대동의 신선칼국수, 가양동의 적덕식당, 중구 선화동의 우리칼국수, 문화동의 시민칼국수, 석교동의 복수분식본점, 목동의 목동칼국수 본점, 서구 월평동의 동원칼국수, 둔산동의 수목칼국수, 유성구 지족동의 노은칼국수, 반석동의 밥하기싫은날후루룩손칼국수 등도 두루치기 맛집들이다.
□ 순두부 콩나물밥 콩나물탕 콩튀김 등 콩요리 다양
대전사람들의 '콩 사랑'은 두부에 그치지 않는다. 고소한 콩국물에 국수를 말아주는 콩국수 맛집도 있고, 콩나물밥집과 콩나물탕집도 성업 중이다.
콩국수 맛집은 중구 선화동 고단백식당과 서구 도마동 대성콩국수가 유명하다. 고단백식당은 원도심에서 40여년 장사를 해온 곳으로 백종원씨가 맛집으로 소개한 뒤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 검은콩국수와 노란콩국수가 있으며 콩물도 별도로 판매한다. 대성콩국수는 양정자 여사가 1980년부터 운영해온 곳으로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고소한 콩국수에 반찬은 얼갈이 김치 하나만 내놓는다. 계란말이도 인기가 많다,
대전에는 콩나물밥집도 여럿 있다. 콩나물밥은 쌀에 콩나물을 얹혀 익힌 뒤 양념장에 비벼먹는 음식이다. 콩나물의 사각사각함과 간장에 고춧가루 참기름, 당근, 파 등 온갖 재료를 넣은 양념의 맛에 좌우된다. 동구 중동의 왕관식당, 중구 선화동 선화콩나물밥와 고향콩나물, 유성구 봉명동의 전통콩나물밥 등은 내공을 자랑하는 콩나물밥 맛집들이다.
또 하나의 명물이 콩나물탕이다. 콩나물에 조개(바지락, 동죽), 북어, 청양고추, 마늘, 파 등을 넣어 끓인 것으로 칼칼하고 시원한 게 일품이다. 과거 충남도청과 대전시청 법원, 세무서 공무원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즐겨 찾던 음식이다. 선화동의 나룻터식당, 은경식당이 유명하다. 이들과 쌍벽을 이뤘던 탑집은 아쉽게도 문은 닫았다.
대전에는 순두부 맛집도 많다. 동구 대성동 평양숨두부는 4대째 50년 넘게 순두부를 팔고 있으며, 서구 만년동 정일품두손두부, 유성구 관평동 수가성순두부전문점, 덕명동 으뜸순두부 등도 소문난 맛집들이다.
콩튀김(콩부각)도 지역색이 강한, 독특한 음식이다. 메주콩에 찹쌀을 입혀 튀긴 것으로 대전을 비롯한 충청인의 밥상에 반찬으로 자주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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