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나무 아래서 잠만 자면 '몽골행 항공권?'... 근데 그게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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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커다란 나무 아래로 각양각색 잠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소풍·운동·산책이 어울릴 한낮의 도심 공원에서, 이들은 에어매트 위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 담요를 덮으며 낮잠을 청했다.
충남 서산시에서 올라온 방수영(45)씨는 공룡 잠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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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에 실컷 한번 자보고 싶다"
70명 참여한 행사에 경쟁률 350 대 1
음식 냄새 유혹에 빨리 깨서 탈락도
판다 잠옷, 공룡 잠옷, 나뭇잎 파자마...
8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커다란 나무 아래로 각양각색 잠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소풍·운동·산책이 어울릴 한낮의 도심 공원에서, 이들은 에어매트 위에 아무렇지 않게 누워 담요를 덮으며 낮잠을 청했다. 야무지게 제대로 한번 자보겠다는 듯 애착인형을 끌어안고 안대를 찬 사람도 있었고, 반려견까지 데려온 참가자도 있었다.
누워서 잠만 자면 우승할 수 있는 행사에, 불면증 따위는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 주장하는 시민 70명이 몰렸다. 유한킴벌리가 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속 꿀잠대회'다. 충분한 잠과 숙면을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사다. 올해로 아홉 번째 열리는 이 대회의 경쟁률은 350 대 1. 70명 모집에 역대 최다인 2만4,543명이 지원했다.
"숲속 꿀잠으로 힐링하러 왔어요"
꿀잠대회 규칙은 간단하다. 두 시간 잠을 자는 사이 일정 간격으로 심박수를 체크해, 심박수 변동 폭이 가장 적은 참가자가 우승을 한다. 가장 꿀잠을 잔 참가자 두 명에게 몽골 왕복 항공권이 주어진다.
대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자기 번호가 적힌 에어매트 위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잘 준비를 마쳤다. 충남 서산시에서 올라온 방수영(45)씨는 공룡 잠옷을 입었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20년 된 공룡 잠옷과 애착 인형을 갖고 왔다"고 전했다.
불규칙한 일 때문에 수면 질이 낮아져 제대로 잠을 자고 싶어 행사에 지원한 이들도 있었다. 최근까지 사설 구급차 기사로 근무했다는 김정환(24)씨는 "24시간 대기하며 잠을 자다 깨는 경우가 많아 잠이 부족했다"며 "주변 친구들도 공부나 과제로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은데, 잠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행사인 것 같다"고 했다.
우승자 "잦은 야근이 꿀잠 비결"
'진짜 꿀잠'을 감별하기 위해 이번 대회부턴 '치킨 유혹' 단계가 도입됐다. 대회 시작 한 시간 후 진행 요원들이 치킨을 참가자들 얼굴에 대고 냄새를 솔솔 풍겼다. 바로 첫 탈락자가 나왔다. 열차 승무원 정정훈(32)씨는 "원래 잠을 잘 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야외에서 자니 쉽게 잠이 오지 않더라"며 "1등할 각오로 왔는데 떨어져서 아쉽지만 개운하게 잘 잔 것 같다"고 탈락 소감을 전했다. 일찍 잠에서 깬 참가자들은 "몸을 움직여 저녁 꿀잠이라도 도전해 보겠다"며 공원 곳곳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이어갔다.
대회가 종료되자 우승자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게임 그래픽 관련 일을 하는 도은지(23)씨. 네 번의 심박수 측정에서 87~90bpm을 기록해 편차가 가장 적었다. 도씨는 "야근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 평소 서너 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며 "평소 자연에서 자는 걸 좋아해 신청하게 됐는데,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는 행사"라며 "시민들이 숲을 경험하고, 숲 보호의 중요성까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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