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정권' 친문·친명 뭉쳤다…"윤의 정치보복, 재집권 준비"
'타지마할 의혹' 때와 달라진 친명 대응…완전 봉합은 어려울 듯
(서울=뉴스1) 한병찬 임세원 기자 =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계파를 불문하고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당내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두 사람은 40여 분간 환담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건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당초 이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선출 직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일정이 순연됐다. 공교롭게도 그 사이 검찰이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은 사실이 알려지며 둘의 회동은 주목받았다.
그동안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를 공격하는 비명(비이재명)계의 무기였으나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까지 확대되자 양측이 검찰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해 결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현 정부의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의 수단이 되는 현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당내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종료된 후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가 정치적·법리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했다"며 "두 분은 지난 정부가 진행한 검찰 개혁의 미완에 대해 공감했고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 수단이 되는 현실에 함께 개탄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가짜뉴스로 인해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강하고 일사불란하게 결집하는 것을 좋게 보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내부 분열에 잘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사람은 갈등하거나 분열하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두 분을 갈라놓으려고 하는 이간질, 가짜뉴스 등을 주의 깊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둘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서 지금 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총선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계파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 때와 달리 이번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정권 정치 탄압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을 임명했다. 대책위에는 윤건영·황희·김영배 의원 등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참여하기로 하는 등 친명·친문 관계없이 '원팀'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은 더욱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선 과정을 거치며 깊어진 양측의 골이 완전히 봉합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대항마로 불리는 '신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이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미 총선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보는 비명계 전직 의원들도 '초일회'를 구성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고 평가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두 사람의 회동 직후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일극 체제 완성을 위해 소위 친문 세력을 공천에서 배제했던 '친명 횡재 비명횡사'가 불과 몇 개월 전 일"이라며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회동과 극적인 원팀 선언의 배경에 의문을 품는 국민이 많다"고 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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