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차려준다는 건 가장 원초적인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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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은 을밀대죠."
'한국에서 1년 살기' 중인 미셸 자우너는 말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옮겨 가 우리말이 익숙지 않다.
인터뷰 내내 영어로 말했지만 아는 단어는 꼭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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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자우너 인터뷰
이민자 고민 담긴 사모곡
오바마도 극찬 밀리언셀러
'세계 사로잡은 K푸드' 세션
한국음식·가족애 주제 대담
◆ 세계지식포럼 ◆
"평양냉면은 을밀대죠."
'한국에서 1년 살기' 중인 미셸 자우너는 말했다. 그는 "'필동면옥'과 '을밀대'에서 평양냉면을 먹어봤다"며 "남편과 동료 드러머(크레이그 헨드릭스)는 필동면옥을 선호하지만 내 최애는 을밀대"라고 했다.
밀리언셀러 'H마트에서 울다' 저자이자 인디 밴드 '재패니스 브렉퍼스트' 보컬로 활동하는 자우너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자우너는 11일 '세계를 사로잡은 K-푸드' 세션에서 '미쉐린 스타' 셰프 이준과 함께 K푸드, K컬처 그리고 가족애를 얘기한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포럼 참가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H마트에서 울다'는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췌장암으로 여읜 모친 고(故) 이정미 씨를 그리며 한 자 한 자 눌러쓴 에세이다. 절절한 사모곡과 이민자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이 책은 인종과 세대, 국경을 초월해 상찬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책장 사이사이엔 모녀가 같이 먹은 팥빙수, 갈비, 된장찌개, 비빔밥에 얽힌 추억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사상가 이어령은 "우리는 '살맛 난다' '죽을 맛이다'처럼 생과 사까지도 미각으로 표현하는 유일한 민족"이라며 "'먹는다' 속에는 한국인의 철학과 우주, 문화가 담겨 있다"고 논설한 바 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고 나눠 먹는 행위는 자우너에게도 '가장 원초적이고, 확실하며, 자꾸 떠오르는 돌봄의 형태'다.
"엄마는 (나와) 함께 만들어 먹으며 좋아했어요. 우린 더 가까워질 수 있었죠. 특히 갈비가 기억에 남아요. 양념장 맛이 일품이었죠."
어머니 작고 10주기인 올해 자우너는 서울로 옮겨 와 '1년 살이' 중이다. 남편 피터 브래들리 씨와 망원동 빌라에서 지내며 어머니 나라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있다.
요즘은 미국에 없는 한식 맛집을 찾아다닌다. 콩국수를 즐겨 먹고, 또 자주 가는 수제비집에서 나오는 '보리밥에 열무김치'가 그렇게 맛있단다. 여기서 배우고, 맛보고, 느낀 것을 써 내려가며 새 책도 펴낼 계획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우너는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옮겨 가 우리말이 익숙지 않다. 인터뷰 내내 영어로 말했지만 아는 단어는 꼭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매일 서강대 한국어교육원에서 4시간씩 '모국어'를 습득하기 위해 '열공'한 결과다. 미국에선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 가수지만, 전 세계 친구들이 모인 강의실에선 자우너도 한 명의 학생이다.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배울 때였어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했죠. 전 BTS를 '그래미'에서 만났다고 답했어요. 선생님은 안 믿었죠. 'TV 아닌데, 직접'이라면서요. 하하."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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