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음란사진 전송…활개치는 SNS 바바리맨
'사이버플래싱' 5년새 2배 급증
피해자 대다수가 10·20대 여성
성폭력처벌법 적용 가능하나
가해자 추적 어려워 개선 시급
20대 여성 A씨는 최근 텔레그램 메시지로 갑자기 모르는 남성에게 성기 사진을 받았다. 놀란 A씨는 곧장 "뭐 하는 짓이냐"고 답장을 보냈지만 남성은 계정을 탈퇴해버렸다. A씨는 "고소하고 싶어도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인 데다 (해당 남성이) 탈퇴해버려 할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상대로 성적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는 사례는 흔하지 않게 들려온다. 한 여성 방송인은 "(남자들이) 사진을 많이 보내 온다. 만나달라며 자신의 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밝혔고, 한 전 걸그룹 멤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확인하다 보면 본인의 신체 특정 부위 사진을 보내는 분들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모 여성 인플루언서도 "악플보다는 특정 부위 사진이 많이 온다"고 밝혔다.
최근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되면서 SNS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자신의 나체 사진이나 성적 이미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송하는 '사이버 플래싱'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희롱을 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일방적으로 전송하는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는 2018년 251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5년 만에 2배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괴롭힘 피해자 중 여성은 90.2%(451명), 남성은 9.8%(49명)였다. 연령별로는 10대(192명·38.4%)와 20대(232명·46.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이폰의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인 '에어드롭'도 자주 악용된다. 에어드롭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반경 약 9m 내에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기기에 익명으로 사진과 파일 등을 보낼 수 있다.
20대 여성 문 모씨는 최근 등굣길에 에어드롭으로 남성이 누워 있는 나체 사진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문씨는 "불쾌하고 기분 나쁜데 누가 보냈는지도 알 수 없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B씨도 최근 출근길에 에어드롭으로 느닷없이 남성의 성기 사진을 받았다. B씨는 범인을 잡으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잡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B씨는 "길거리에서 보는 '바바리맨'은 잡을 수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온라인에서 활개 치는 바바리맨은 잡을 수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김승환 법률사무소 GB 대표변호사는 "이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도달하게 한 것으로,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로, 이 밖에도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수강 명령 또는 이수 명령, 신상정보 등록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같은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메시지 발신자를 추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처벌 수위가 낮아 신고해도 제대로 죗값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버 플래싱 피해 사례는 늘고 있지만 정작 수사 단계에서는 처벌을 면하는 일이 허다하다. 지난해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20대 남성 C씨는 SNS(인스타그램)에서 팔로한 피해자 계정에 DM을 통해 자신의 성기 사진과 음란한 글을 수차례 보냈다.
C씨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혐의로 피소됐지만 결국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돼 벌을 받지 않았다. C씨가 초범이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보냈다는 점,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 등이 참작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범죄는 가해자를 추적하거나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가해자를 추적해 특정할 수 있는 수사기법 발달이 더 시급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며 "형량과 관련해서는 범죄 경중에 따라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권선우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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