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檢에 손잡은 文·明 …"도저히 이해못할 정치탄압"

李, 봉하마을 참배 후 文예방
"檢수사 흉기되는 현실 개탄"
文 "당당하고 강하게 임할것"
사법리스크 계기로 갈등 봉합
黨분열 가짜뉴스 우려 공감대
與 "방탄동맹 오월동주" 비판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로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정부가 하고 있는 작태는 정치적·법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같이 말하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닌가"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지난 정부까지 진행했던 '검찰개혁'의 미완에 대해 공감했다"며 "현재 검찰의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의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에 개탄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들이 감당할 일"이라면서도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검찰 수사, 재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단결'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쓴 방명록 내용. 뉴스1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오후에는 평산마을을 찾아 40여 분간 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여 만으로 4월 총선 이후 처음이다. 당초 이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22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으나, 이 대표가 당일 코로나19에 확진되며 만남이 연기됐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서 지금 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 불안을 키우는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또 의료 대란 대응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정부,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협의 채널 구성을 위한 정부, 여당의 노력 없이 선언만 가지고 구성이 되겠냐는 걱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친문계와 친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계파 통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며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 기반을 넓히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총선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더 집중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계파 간 갈등을 부추기는 가짜뉴스에 대해 "우리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이 대표는 "지지자들도 서로 분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판결을 앞둔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를 직접 챙기며 야권 사법 리스크에 따른 내부 분란을 잠재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응할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 구성을 직접 지시한 바 있다. 9일 출범식을 여는 위원회에는 친명계 핵심인 3선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한민수·박지혜 민주당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위원으로 참석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동맹'"이라며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이들이 한 배에 오른 모습은 '오월동주'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양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단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위지혜 기자]